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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영식교수 아침칼럼] 불국사 범영루 상세보기

[최영식교수 아침칼럼] 불국사 범영루

문정용 2024-05-03 13:17:05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 교수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 교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아침칼럼

■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 교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문화재수리기술위원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의 최영식 교수입니다. 오늘은 경주불국사 범영루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범영루는 수미산 모양의 팔각정상에 누(樓)를 짓고 백팔번뇌를 안은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에서 108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던 곳인데, 지금의 범영루는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그 후에 중건하였고 1973년 복원 공사 때 회랑과 맞지 않아 헐어버리고 다시 수리한 것입니다.

범영루의 독특한 돌기둥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수미산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고 구름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범영루는 불국사고금창기에 ‘수미 범종각’이라하여 수미산 위의 도리천(忉利天)에서 범종(梵鐘)이 울려 퍼지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자하문부터는 하늘나라인 만큼 구름 위에 떠 있는 누각을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좌경루 팔각돌기둥과, 복잡한 범영루 돌기둥을 자하문 중심으로 보면 좌우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이것은 불국사의 가람 형태가 비대칭 속의 대칭으로 되어 있는 3차원 구조임을 이해하지 못해서입니다.

회랑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좌경루 팔각돌기둥 위에는 화려한 다보탑이 있고, 복잡한 범영루 돌기둥 위에는 간결한 석가탑이 있습니다.

회랑으로 슬쩍 숨겨두고 이와같이 조화를 부리는 것은 심안(心眼)의 미학(美學)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균형미의 절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금오신화를 저술한 매월당 김시습이 쓴 ‘불국사’라는 시 한구절에 “돌 다듬어 만든 계단 작은 연못 누르듯, 높고 낮은 누각들 연지에 아롱지네.”라 하였고, 1580년 경주를 여행한 간재 이덕홍은 “다리는 돌로 깍아 마치 무지개와 같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들은 연지에 비친 누각과 심십삼 천상계단을 통해 수미단을 오르는 돌계단의 서정미보다는 연지와 함께 화엄의 형상으로 그 중심에 범영루가 있어, 더욱 부처님의 국토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허공에 의지한 날개와 같은 누각들을 멀리서 바라보면 범영루는 수미산 모양의 화려한 돌기둥 위에 우뚝 솟아, 날아갈 듯 가볍게 느껴지는 다섯 누각의 중심 건축입니다.

범영루의 특이한 돌기둥은 두개의 큰 돌로 십자석(十字石)을 만들고 아홉자 높이에 아홉단으로 쌓은 수미산 형의 돌기둥 위에 수미범종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범영루 돌기둥의 구름과 같이 화려한 형태는 물에 비친 모습까지 더해져 불국사 고금창기에는 “부용(芙蓉)을 세운 듯 허공에 의지하여, 백길이나 높은 루가 날개와도 같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연화교와 백운교 2개의 돌계단이 좌우대칭으로 웅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하문 앞에 서면, 중앙으로 뻗어 나온 청운교·백운교로 인하여 자하문을 중심으로 범영루와 좌경루가 양옆에 있는 계단이 또 다른 대칭 형태로 바뀌어, 범영루는 그 중심의 자리를 자하문에 내주고 우경루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범영루가 원래 높이는 높지만 건물이 2칸 밖에 안되는 작은 건물이어야 했던 이유이며, 좌경루는 범영루와 달리 팔각연화 석주(八角蓮花石柱) 위에 누각을 지어 높이는 같으나 화려하게 보이지 않아야 했던 이유입니다.

중앙에 자하문을 두고 그 왼쪽에 수미범종각을, 오른쪽에 좌경루를 둔 것은 범부(凡夫)의 세계를 떠나 불타의 세계로 나아가는 다양한 방편을 제시한 것으로 보여지고, 그런 점에서 이곳을 종루로써 이용하고, 좌경루에는 불경을 보관하는 누각으로 재현하는 것이 보다 더 당초 건축가의 의도에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불국사 범영루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