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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영식교수 아침칼럼]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경지...경주 불국사 무설전 상세보기

[최영식교수 아침칼럼]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경지...경주 불국사 무설전

정민지 2024-04-19 09:26:01

▪︎ 출연: 대구한의대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 교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아침칼럼’ (2024년 4월 19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문화재수리기술위원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의 최영식 교수입니다. 

오늘은 경주불국사 무설전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주 불국사 무설전은 경전을 강의하고 공부하는 곳입니다. 말로 설법이 이루어지는 곳임에도 건물의 이름을 ‘설법이 없는 무설전(無說殿)’이라고 한 것은, 진리의 본질이 언어를 통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무설전은 서기 670년 신라 제30대 문무왕 10년에 왕명으로 짓고 화엄경을 강의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서기 751년 신라 제35대 경덕왕 때 김대성이 착공하여 서기 774년 신라 제36대 혜공왕 때 완공한 불국사 보다 약 100년 앞서 지어진 건물입니다.


이렇게 세워진 무설전이 창건 후 923년이 흐른 조선 제14대 선조 23년, 풍신수길(豊臣秀吉, 토요토미 히데요시) 정권 치하의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면서 발발한 임진왜란 때, 1593년 5월 참배하러 왔던 왜군 제2군 사령관 가등청정(加籐淸正, 가토 기요마사)과 왜병들이 법당 안에 무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방화하여 불에 탄 것을, 1648년과 1708년 두 차례에 걸쳐 중건하여 1910년까지 보존되어 왔으나, 그 뒤 건물이 허물어진 채 60여 년간 방치되어 오다가 1973년 불국사 복원공사 때, 무설전은 옛 기단 위에 옛 크기 그대로 정면 8칸, 측면 4칸 규모의 단층 맞배지붕 원래 크기대로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무설전(無說殿)은 말로써 경론을 강술하는 곳 임에도, 없을 ‘무(無)’ 자에 말씀 ‘설(說)’자를 쓰서 ‘무설전’이라고 한 것은, 불교의 깊은 뜻이 언어라고 하는 수단으로써는 도달할 수 없는 ‘언어도단(言語道斷)’ 즉, 말씀 ‘언(言)’ 자에, 말씀 ‘어(語)’ 자, 길 ‘도(道)’ 자, 끊어질 ‘단(斷)’ 자를 쓰서, 말이 나오는 길이 끊어졌다는 의미로, 말로 나타낼 수가 없는 경지임을 표현한 것입니다.

 

‘무설(無說)’이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공부하는 것으로, 불교의 성스러운 정통 교의를 간직한 ‘능가아발 다라(楞伽阿跋多羅)’라고 불리는 능가경(楞伽經)에 “손가락으로 허공에 떠 있는 달을 가리켰으면 달을 쳐다 보아야지 왜 손가락만 보느냐?” 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눈에서 달까지가 공부의 전 과정이라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까지가 유설(有說)이고 손가락 끝에서부터 달까지가 무설(無說)인 것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공부가 바로 무설(無說)이기 때문에 무설전(無說殿)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대웅전 바로 뒤에 있는 무설전은 불국사 여러 건물 가운데 제일 먼저 건립된 건물입니다.

서기 670년 신라 제30대 문무왕 10년에, 불국사 무설전이 개창(開創)되자, 문무왕은 의상과 그의 제자 오진과 표훈 등 몇 명의 대덕(大德)에게 화엄경(華嚴經) 강론을 맡게 하여, 중국에서 돌아온 의상(義湘)대사가 최초로 이곳에서 강론하였다고 합니다.

 

무설전 안에는 지장왕 보살로 추앙받고 있는 김교각 스님의 조상(彫像)을 모시고 있습니다. 김교각 스님은 신라 제33대 성덕왕의 아들로, 24세 때인 서기 719년 당나라에 건너가 구화산(九華山) 일대에서 75년 동안 수행과 교화를 하시다가 99세 때 입적하였는데, 김교각 스님이 입적하실 때 유언하신 대로 시신을 안좌시킨 석함을 3년 후에 열어보니 살아계신 모습 그대로 생생하여 모든 승도들이 지장보살의 시현(示顯)으로 우러러보고 육신탑(肉身塔, 지장탑)을 세워 모신 것이, 오늘날 중국 불교 4대성지 중의 하나인 구화산 지장도량의 시초가 되어, 1,2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참배객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경주불국사의 무설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