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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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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자살이 위험한 이유

문정용 2024-01-31 17:51:42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생명을 절대 존중하는 불교에서 살생은 절대적 악으로 규정하고 특히 살인에 대해서는 극악무도한 일이라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아미타경에 의하면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주관하시는 아미타부처님께서는 48대원을 통해서 아미타불의 명호를 지극정성으로 열 번만 칭송한다면 죽음 이후에 그가 선인이건 악인이건 가리지 않고 친히 마중을 나가서 극락세계로 인도하시겠다고 약속하신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예외 규정이 있는데, 불법을 비방하거나 불교 교단을 분열시키는 사람은 제외한다고 하셨고, 아버지를 죽이거나 어머니를 죽인 자도 예외로 한다고 하신 만큼 존속살해를 크게 다루셨습니다.

이 경의 내용에 따라 생각해 본다면 직접 언급된 부분을 찾을 수는 없지만, 부모 되는 이가 자녀를 죽이는 행위를 자행하는 동반 자살도 예외 규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이라고 하는데, 상대를 죽이는 살인도 죄악이지만 스스로를 죽이는 자살도 당연히 살생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상쾌해야 할 아침에 들려 오는 안타까운 사연들 가운데 일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소식은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이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를 수년간 보살피는 가운데 발생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스러워하는 자녀를 바라보다 못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이런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세상일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 방안으로 자살을 제시하는 가르침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이고 힘든 선택이 아닌 방법으로 괴로움의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사성제를 통하여 제시하고 있지만, 세간의 사람들이 그 가르침을 따라 생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어떤 육체적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그와 더불어서 동반되는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겹쳐져서 2중 3중의 괴로움에 직면하게 되어 스스로의 의지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그 원인이 된다는 자신들의 상황에서 육체를 없앰으로써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선택이 자살이겠지요.

이런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도 사회학자의 입장이나 종교적 입장 등이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그 접근 방식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사회학자들은 현재의 일상적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으로 발생하는 자살을 이기적 자살이라고 하며, 유일신을 믿는 종교에서는 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자기 마음대로 자신의 생명을 단절시키는 행위는 창조주라는 신의 권능에 대한 도전이므로 커다란 죄악이라 하는데 반해, 불교에서는 자살이 부처님에 대한 불경죄로 여겨서 죄악이라고 하지 않고 인과응보의 결과로 자기 자신이 자살하는 것은 괴로움의 근원적 해결책이 아니라 도리어 자기 자신을 더 큰 괴로움의 구렁텅이 속으로 깊이 몰아가는 일이기에 죄악이 된다고 가르칩니다.

부처님은 여러 경전을 통해서 중생이 ‘생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는데, 현실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피처로 죽음을 선택한다면 이는 괴로움이 끊어지기는커녕 도리어 더 깊어지는 괴로움으로 윤회하는 원인이 될 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지혜와 자비를 실천 덕목으로 내세우는 불교계에서는 자살이 빈번한 사회적 문제를 개인과 어느 작은 집단의 문제라고만 여길 게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서로서로 연관된 연기법에 의해서 공업이라는 책임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나라의 자살률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공업중생들의 좋지 못한 업보도 함께 늘어날 것이기에 그들의 상황을 잘 살펴서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입니다.

자살은 어떤 경우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불교적 입장에서 부처님께 자살을 허락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다음 시간에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