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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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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검소함의 대명사, 두타행

문정용 2023-11-22 11:38:53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두타행 실천이 수행 생활의 기본이었으며 그 가운데 두타행을 가장 잘 실천한 제자로 가섭존자를 꼽습니다. 

 

어떤 것이 두타행인지에 대해서는 사분율과 십송율에 수행자의 생활 규범으로 12가지가 나오는데, 이를 12두타행이라고 하며,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지침으로서, 인가와 떨어진 조용한 숲에 머물도록 하고, 걸식으로 생활해야 하며, 순서에 따라 걸식하되 빈부를 가리지 말아야 하며, 하루에 한 번 먹되 절대로 과식하지 말 것이며, 정오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하고, 헌 옷감으로 만든 분소의를 입어야 하고, 그 분소의도 세 벌로 제한하였으며, 무덤 곁에 머물면서 무상관 수행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고, 나무 밑에 기거하면서 주거지에 대한 애착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움막이라 하더라도 지붕이 없어야 했으며, 항상 단정하게 앉아 수행에 전념하면서 함부로 눕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출가 수행자의 이러한 두타행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생활을 간소히 하며, 절제로서 탐욕을 일으키지 않아 수행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생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수행자의 생활 방식 때문에 부처님 제자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흠모를 받았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청백리 정신이 계승되고 있는데, 벼슬길에 나아가는 사람은 청빈한 생활 태도를 유지하여 마음이 청렴하고 결백한 관리를 청백리라고 불렀으니 벼슬을 탐하는 탐관오리와는 반대되는 호칭이라고 하겠습니다.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 청백리 정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상적인 관료상으로 관직 수행 능력은 물론이고 청렴, 근검, 도덕, 경효, 인의 등의 덕목을 겸비한 관리를 청백리라고 하였습니다. 

 

청백리는 맑은 물처럼 티 없이 깨끗하다는 뜻의 ‘청’자와 다른 빛깔에 전혀 물들지 않은 흰색으로 때가 타지 않았다는 의미인 ‘백’자를 사용해 맑고 깨끗한 물처럼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관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청백리로 조선시대의 맹사성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도 오직 녹봉에만 의존하여 생활하였으며 비가 오면 천정에서 물이 새는 초라한 집에 살았다고 하니 맹사성이 얼마나 청렴하고 검소하게 살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 생활 모습입니다. 

 

청백리의 대명사로 회자되는 황희 정승의 일화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영의정이었던 황희 정승은 늘 단벌옷이었다고 하는데 어느 겨울날 궁궐에서 돌아온 황희 정승은 젖은 바지를 뜯어서 말려 달라고 부인에게 부탁하였는데, 때마침 급히 입궐하라는 어명이 전달 되었는지라 미쳐 바느질을 마치지 못한 옷을 입고 입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세종 임금은 회의 도중에 황희 정승의 바지에 하얀 것이 보이자, 그것이 양털인 줄 알고 청렴하기로 소문난 황희가 양털 옷을 입는다고 생각하여 황희정승을 따로 불러 물었다고 합니다. 

 

‘과인이 듣기로는 황 정승의 청렴결백이야말로 백성들에게 귀감이 되어 하늘에까지 전해진 것으로 아는데, 어찌 양털 옷을 입으셨소?’ 하니 

 

‘이것은 양털이 아니고 솜일 뿐입니다. 소신에게는 겨울 옷이 한 벌 밖에 없는데 젖어서 손질하는 도중에 어명을 받들어 급히 입궐하느라 이렇게 솜이 내비쳐진 것이옵니다.’라고 하니, 세종 임금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1981년부터 1991년까지 ‘청백리상’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깨끗한 공직 사회 실현에 귀감이 되는 공무원에게 수여했던 상인데 지금은 폐지되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한 정치인이 고위 공무원 시절에 법인 카드로 외제 물품을 구입하고, 직계 가족이 사적으로 법인 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일이 있는데 청백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어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 시대에 청백리로 불리울 인물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