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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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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원광법사의 세속오계

문정용 2023-10-29 21:58:04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구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으며, 우리 한민족도 유사 이래로 수많은 전쟁을 겪어왔습니다.
개략적으로 지난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더라도 이 작은 한반도에 삼국시대가 있었으니 고구려, 백제, 신라였습니다.

이 시대에 불교가 전래 되어 왔다는 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고구려는 372년에 백제는 384년에 불교를 받아들였고, 신라는 그 보다 상당히 늦은 527년에 불교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은 불교를 받아들인 뒤 그 정신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적극 활용하면서 불교문화를 발전시켜왔고, 특히 신라는 청소년 집단 수련단체에 해당하는 화랑도들을 중시하여 그들을 불교 정신과 함께 교육하며 심신을 단련하게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합니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원광스님을 스승으로 내세워 출가자가 지켜야 할 계율과 구분해 세속오계를 제정하여 화랑도들에게 지키도록 하였는데, 그 내용은 첫째 사군이충으로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기고, 둘째는 사친이효로 효도로써 어버이를 섬기고, 셋째 교우이신 즉 신뢰로써 벗을 사귀며, 네 번째인 임전무퇴는 전장에 나아 갔을 때는 물러남이 없어야 하고, 다섯째는 살생유택으로 살생을 해야 할 때는 반드시 가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입니다.

이런 정신으로 무장된 신라는 삼국통일의 대업을 꿈꾸고 백제의 혼란한 정세을 틈타 당시 당나라와 동맹을 맺고 백제의 의자왕을 마지막 왕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고, 그 기세를 등에 업고 고구려도 멸망시켰으며, 연합군이었던 당나라군을 몰아냄으로써 마침내 삼국을 통일하는 대업을 이루어 냈었으니, 그 전쟁의 주된 핵심 세력이 바로 세속오계로 무장된 신라의 화랑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강력한 공동체는 나라를 위한 충절 의식과 가정을 중시한 혈육의 정, 그리고 철저한 의리 정신, 투철한 사명 의식, 숭고한 생명 존중 사상이 잘 어우러졌으며, 선량한 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신라인들은 그 시대적 정신을 나타내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실천적 덕목으로 가다듬어 화랑도 정신을 펼쳤으니, 직접적으로는 신라로 하여금 삼국통일의 위업을 성취하게 하였고,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천년 왕조의 영광을 누리게 하였으며, 간접적으로는 후대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흐름 속에서 거세게 밀어닥친 외세 침입의 물결 속에서도 우리 민족 특유의 순수 선량하면서도 강인하고 의연한 민족성을 이어오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 왔다고 보여집니다.

이것이 민족의 전통사상으로 자리 잡아 고려왕조의 처절한 항몽정신(抗蒙精神)과 한말의 의병 정신,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서의 독립 정신 등으로 이어지는 전장의 소용돌이에서 보여준 불굴의 민족정기 맥락은 모두 이 세속오계의 정신을 통해 튼튼하게 다져진 것들이라고 평가하는 데 모두들 주저함이 없습니다.

불교가 철저하게 외면 되었던 조선왕조를 거치면서 급기야 일제 강점기를 가져왔고, 일본의 패망으로 인해 우리 민족은 강대국들에 의해 남북이 분단되어 버렸으며 불교가 외면된 북한의 남침으로 인해 6.25동란이라는 전쟁의 참화를 겪었으니 참으로 비극적인 민족의 역사가 만들어졌습니다.

불교 정신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호국의 의지를 다지며 살아온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나날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여 경제와 문화, 그리고 군사력에서도 강국의 반열이 올랐으니 자랑스럽기가 그지없습니다.

이런 자랑스러움은 출가 오계가 아닌 세속오계에서, 다섯 번째에 등장하지만 불교적 살생유택이 생존을 향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실제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는 불교 정신을, 최선을 다하여 지켜온 인과관계의 훌륭한 과보가 아닐까 하며 자부심을 가져 봅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데, 수많은 현실의 결과에서 인간이 득실거리며 사는 지구촌은 오늘도 전쟁의 참화 속에 휘말려 있습니다.

중동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말살되지 않으면 끝날 것 같지 않은 관계인 듯 보이는데, 그들에게 살생유택의 불교 정신을 어떻게 심어주어서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할까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