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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대법원 강제추행 성립요건 완화 상세보기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대법원 강제추행 성립요건 완화

정민지 2023-10-05 15:23:44

▪︎ 출연: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2023년 10월 5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추행죄의 성립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한 판단기준을 변경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A씨는 2014년경 자신의 사촌 여동생인 B양을 방 안에서 끌어안아 침대에 쓰러뜨리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재판을 맡은 보통군사법원은 1심에서 A씨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반면에 항소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은 A씨의 물리적 힘의 행사 정도가 피해자인 B양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어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위력을 행사한 사실만 있으면 혐의가 인정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의 위계등추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천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추행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하여 대법원은 지난 40여 년간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러한 기준이 시대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한 판단기준을 변경하였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위력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가 곤란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항거 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어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항거 곤란’을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요구하는 기존의 판례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하고, 피해자가 어떤 저항을 했는지 살펴보게 했다고 지적하며, 저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게다가 이미 수사기관과 법원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항거 곤란’이라는 기존의 법리를 엄격히 따르지 않고 있어 기존 법리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하였고, 대법원 역시 여타의 사건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에서 정한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해왔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해 사실상 변화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재판 실무와 판례의 법리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판례 변경의 배경을 설명하였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어떤 행위가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 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하여야 하며, 이러한 판례 변경이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닌,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자는 내용의 ‘비동의 추행죄’를 인정하자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한편 이동원 대법관은 기존의 판례 법리가 여전히 타당하므로 유지해야 한다는 별개의 의견을 밝혔지만, 동시에 A씨의 B양에 대한 행위는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 했습니다.

 

오늘은 강제추행죄의 성립요건을 완화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