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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형사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민사 배상 책임 물을 수 있어 상세보기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형사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민사 배상 책임 물을 수 있어

정민지 2023-09-21 13:32:17

▪︎ 출연: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2023년 9월 21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형사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하더라도, 민사소송에서는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경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70대 남성 A씨는 마취 직후 발생한 심정지로 사망했습니다. 마취과 전문의 B씨는 전신마취와 국소마취를 끝낸 뒤 간호사 C씨에게 모니터링을 맡기로 수술실을 나왔습니다. 이후 정형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 소견이 감지되어 마취과 전문의 B씨가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다시 수술실로 돌아와 응급처치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진 A씨는 다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당시 A씨의 마취를 진행한 마취과 전문의 B씨와 간호사 C씨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진료기록부 허위기재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고, A씨의 유족은 병원을 상대로 약 1억 6천7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마취과 전문의 B씨와 간호사 C씨의 형사 재판을 맡은 제1심 재판부는 이들의 과실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고,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마취 과정에서 저혈압 증상이 반복되는 등 이상 증상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고, 마취과 의사 B씨와 간호사 C씨의 업무상 과실로 사망 위험성이 사회적 용인 수준을 넘어 급격히 높아졌다는 게 명백하다는 이유로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금고 8월에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들의 상고심 재판을 맡은 대법원은 의사 B씨와 간호사 C씨의 과실은 인정하지만, 이들의 과실로 인해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사건을 원심인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한편 손해배상 책임을 검토한 민사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업무상 과실이 발생했고, 해당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아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며,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해 병원이 유족에게 약 9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최근 확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민사소송에서는 환자 측이 진료상 과실을 입증한다면, 손해까지의 인과관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과거에도 민사소송에서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과실 행위를 입증할 수 있고, 그 외에 다른 원인이 없다는 사정이 입증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적극적 의료행위에 관한 판결로 이 사건과 같이 처치가 늦거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와 같은 소극적 과실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형사 사건에서 무죄가 나온 사안이라 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커졌습니다.

 

다만 형사 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대법원의 입장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형사 사건에서는 업무상 과실의 존재와 그로 인한 사망의 결과까지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하고, 민사 사건처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같은 사안이라 하더라도 형사와 민사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