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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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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스님 시사칼럼] 영원하지 않은 모든 것은 고통이다

정민지 2023-09-20 10:30:39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3년 9월 20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영원하지 않은 모든 것은 고통이다’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산다는 것은 괴로움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의 고통이 애초부터 따릅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중생이 살고 있는 세계를 사바(娑婆)세계 라고 부릅니다. 의역하면 감인세상(堪忍世上), 인토(忍土)로 모든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살아 가야한다는 뜻입니다.

​고타마 붓다가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모든 것은 불만족스럽다. 인생은 고통(苦)이다’라는 생사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으로 인한 고통, 쾌락의 부재에서 오는 고통, 모든 현상은 일시적이므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나 애착을 가지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데서 고통이 따라 옵니다.

그러므로 철저히 내면으로 들어가, 고통의 근본 원인을 통찰 하면, 무상한 자신을 무상으로 통찰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상을 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주 또는 일정 기간 존재하는 것으로 집착하기 때문에 온갖 고통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행무상과 고(苦)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어서, 생겨난 존재는 다할 때가 있고 흥하면 언젠가 쇠할 때가 오고, 만물이 모두 이러해서 무상 하지 않은 것은 세상에 없고, 고정 되어 있는 것이 없다는 삶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무차별 범죄자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 배우자나 이성 친구, 친밀한 친구가 없다는 사람이 90% 이상으로,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고립돼 있고, 처지에 대한 비관, 사회적 고립, 경제적 빈곤 등이 원인이라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내가 불행하게 살기 때문에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 했다는 말은, 개인적인 원한을 갚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견디다 자신의 불행과 분노를 행동으로 선택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자신과 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반항을 나쁜 관계로 도피한 사례들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 사회가 지향해야 할 윤리적인 가치와 이상적인 공동체의 방향성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 준 것이라 하겠습니다.

 

정신 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가학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없었던 폭력을 가짐으로써 하찮고 벌레 같았던 자신을 권력자로 변화 시켜 자기 결핍을 보상 받으려고 시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에겐 무기가 곧 권력으로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매우 잘못된 보상책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 무한 경쟁과 승자 독식, 부의 양극화 심화 등으로 소외된 삶과 역 기능적 공동체에 가치 상실이 몰고 온 고독의 산물입니다.

삶의 가치 관계의 소중함, 이 시대 공동체적 가치의 회복을 위하여 모두 동시대의 밑바닥에서 타인의 마음에 연민 심을 일으키고, 학대 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간과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기회를 우리 모두 가져야 할 때입니다.

 

우리 사회 문제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타인이든 세계이든 하나의 사물이든, 나 아닌 모든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대비심(大悲心)으로 타인을 이해해 주고 상처를 치유하고 좀 더 성숙한 자신의 정체성을 담보 받아야 할 존재 들입니다.

고통은 탐욕과 분노, 무지에서 가져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의 본성, 순수 의식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것입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