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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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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스님 시사칼럼] 지혜롭게 중도의 길을 가라

정민지 2023-09-06 09:18:39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3년 9월 6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지혜롭게 중도의 길을 가라’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다른 것과 함께 존재합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으므로 연기적으로 주고받습니다. 그러므로 꽃을 다치게 하면 곧 벌을 다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존재는 하나의 독립된 실체가 없고, 대상과 더불어 작용 속에서 연기적으로 주고받으며 하나하나에 주체로서의 자아라는 것이 본래 없기 때문에 무아(無我) 또는 공(空), 중도(中道)라고 표현합니다.

 

중도(中道)는 양극단을 포용하는 무극대도(無極大道)입니다. 우리의 본성, 순수의식, 하나인 생명 자리인 본래면목을 말합니다. 중도(中道)의 이치를 깨달아 상념을 떠나 하나임을 느끼고, 진여 본성에 계합하면, 모든 번뇌는 끊어지고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행동 하고, 친하다고 봐주고 밉다고 해롭게 하지 않습니다.

중도(中道)는 시공을 초월하여 텅 빈 존재 스스로 있는 생명 그 자체 이므로 좋은 경험, 나쁜 경험 인종이나 종교 맥이나 연 계층이나 세대, 너와 나 주객이 구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현상계의 생명체들은 배타적인 자기 생명에 기반 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자기 고유의 DNA를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생명 현상을 이어갑니다. 이것이 자아입니다. 자아는 생각 번뇌 망상으로 이어질 때, 순수의식은 멀어집니다. 대상과 접촉하면 시끄러운 마음이 더욱 강하게 일어납니다. 한 생각 일어나면 의식의 자연스러운 상태의 마음을 잃게 됩니다.

자신의 집착과 분별을 놓아버리면 무심의 경지입니다. 주파수를 순수의식에 접속해 나가면, 어두움이 끼어들지 않고, 마음이 정화되어, 항상 오롯하고 성성하게 깨어 있게 됩니다. 항상 깨어 있는 자습(自習)을 많이 하게 되면 외향적 삶이 내향적 삶으로 바뀝니다. 습관적 사념과 산란한 생각이 사리지고, 자기중심적 이기적 상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없어진 상태로 돌아가, 바깥 경계에 속지 않습니다.

 

얼마 전 정당 현수막에 대해 구청 공무원이 민주당 시 당위원장에게 휴대 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뻔뻔하다며 철거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자기 견해와 달라도 상대방 견해를 인정함이 중도라 하겠습니다. 중도의 마음에 접속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을 잡지 못하면, 시비 분별과 장단, 부정과 긍정의 생각들은 끊임없이 일어나, 서로 다투는 자아의 영역이 증장케 됩니다.

 

육조단경에서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않을 때, 너의 본래 면목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제자는 크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고 이럴 때 그대의 본래면목이 뭔가? 라는 물음은 우리들 자신에게 묻는 것입니다.

법구비유 경에서 “세상에는 네 가지 일이 있어 오래가지 못 하니라. 있는 것은 모두 무상 해지는 것이고, 부귀도 반드시 빈천이 되고,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 또 아무리 건강해도 반드시 늙어 죽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해 깊이 사색 하게 되면, 매정한 심술로 허세 부리지 않고, 집착은 버리고, 마치 바다가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알맞게 어울림으로 살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천 겁을 지나도 오랜 것이 아니고, 만세를 뻗쳐도 언제나 지금이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중도(中道)는 양단에 치우치지 않고,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바로 목 전의 생생한 경험입니다. 언제나 안으로 마음을 응시하여 고요해지면 나와 남을 나누는 모든 경계는 사라지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리 이타의 삶이 꾸려 질 것입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