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칼럼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사고 예방을 위한 10m 음주운전은 긴급피난에 해당” 상세보기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사고 예방을 위한 10m 음주운전은 긴급피난에 해당”

문정용 2023-08-31 15:55:03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였음에도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20대의 A씨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술을 마시지 않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운전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차 안에서 A씨와 운전을 하던 여자친구가 다툼을 벌이게 되었고, A씨의 여자친구는 운전하던 차량을 도로에 세워버렸습니다. 

 

그런데 해당 도로는 차량 1대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좁은 도로였던 탓에 A씨의 차가 정차하자 뒤따르던 다른 차들도 모두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통행하지 못하게 된 후행 차량의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고, A씨는 여자친구에게 일단 통행이 이루어질 수 있게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여자친구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결국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222%의 만취 상태였던 A씨는 약 10m 가량을 직접 운전해 큰길로 나가 도로변에 주차하였습니다. 

 

이후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에 대하여 음주측정을 요구하였으나, A씨는 이를 거부하였고, 결국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 및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제1심 재판부는 A씨의 차량이 차로를 막고 있으면 후행 차량이 지나갈 수 없는 데다가, 당시는 야간이었기에 계속 정차할 경우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아 긴급하게 차를 옮길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긴급피난에 해당함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경찰의 정당한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하였음을 인정하여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A씨에 대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검찰이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제2심 재판부 역시 해당 도로가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도로인 점, 피고인이 차량 이동을 부탁했는데도 운전자인 여자친구가 이를 거부한 점, 후방에서 비켜줄 것을 요구하며 경적을 여러차례 울린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대리운전 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웠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더불어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당히 높기는 했으나, 후방 차량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만 이동한 뒤 더 이상 운전하지 않았고, 직접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교통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판시하며,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A씨의 재판을 맡은 울산지방법원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법 역시 최근 대리운전 기사와 다툰 뒤 1차로에 있는 차를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시키기 위해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음주 상태에서 약 3m 가량을 운전한 행위는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해 무죄라고 판시하였습니다.

 

B씨는 지난해 11월 음주 후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였는데, 대리기사와 B씨 사이에 경로에 대한 이견이 생기자 대리기사는 차를 두고 그대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런데 대리기사가 차를 두고 간 곳이 1차로인데다가 대로로 이어지는 길목이었던 사정으로 B씨의 차량으로 인해 대로로 통하는 진로가 막히게 되었고, B씨는 즉시 다른 대리기사를 호출하였습니다. 그런데 B씨가 다른 대리기사를 기다리던 중 B씨의 차량 앞쪽으로 택시가 나타났고, B씨는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3m가량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몰래 지켜보던 기존의 대리기사가 B씨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법원은 당시 B씨가 운전을 부탁할 만한 지인이나 일행이 없었고, 주변에 운전을 부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오늘은 긴급피난이 인정된 음주운전 사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