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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희대의 살인마 앙굴리말라 1 상세보기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희대의 살인마 앙굴리말라 1

문정용 2023-08-17 09:19:47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부처님 재세시에 ‘희대의 살인마 앙굴리말라’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앙굴리말라]경에 전해져 옵니다. 

 

‘앙굴리말라’라는 말은 ‘사람의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드는 자’라는 말인데, 그의 본래 이름은 ‘아힘사카’였고, ‘아무도 해치지 않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라는 뜻이며, 그는 어려서부터 ‘바드라라’라는 브라만의 제자가 되어 베다를 배우면서 열심히 수행했고, 용모도 준수하고 강인한 체력에 명석하기까지 하여 스승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합니다. 

 

‘아힘사카’는 평온한 일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앙굴리말라’라는 악명으로 불리게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두 가지의 경우가 전해져 오는데, 하나는 함께 수행하던 동료들이 시샘을 하여 스승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힘사카’가 스승의 아내를 탐하려고 했다는 소문을 퍼트렸다는 것입니다. 

스승은 믿기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소문이 끊이질 않자 서서히 분노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히려 스승의 아내가 젊고 용모가 준수하고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인 ‘아힘사카’를 유혹하였다는 것인데, ‘아힘사카’는 그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였고, 여기에 부끄러움을 느낀 스승의 아내는 오히려 농락을 당했노라고 울며 스승에게 고자질하였다는 설입니다. 

 

어느 경우든 시대를 막론하고 발생할 수 있을 법한 상황들입니다. 

 

아무튼 이런 일로 분노를 느낀 스승은 깨달음을 향해 스승의 말이라면 절대적이었던 ‘아힘사카’에게 복수의 칼날을 준비하는 데, 그 방법이 이랬습니다. 

 

“아힘사카여! 

그대의 수행은 무르익었다. 이제는 최후의 한 단계가 남았노라. 이제부터는 사람으로부터 손가락 한 개를 취하여 1백 개를 채운 다음 목걸이를 만들어라. 그리하면 깨달음에 이를 최후의 법문을 해 주겠노라!” 라고 말입니다. 

실로 무시무시한 복수의 칼날입니다. 

아무 영문도 모르는 ‘아힘사카’는 스승의 가르침을 그대로 믿고, 타고난 체력으로 온 마을을 휩쓸고 다니면서 99개의 손가락을 모으는 동안 ‘지발외도’, 즉 ‘사람의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드는 수행자’란 의미의 ‘앙굴리말라’라는 아주나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아힘사카’는 아들의 살인 행위를 말리려고 찾아온 자신의 어머니마저 죽이려고 할 때, 부처님께서는 장정 열 명이 함께 달려들어도 제압하지 못하는 ‘앙굴리말라’에게 가까이 가지 마시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나서서 일부러 그의 곁을 지나가자, ‘앙굴리말라’는 자신의 어머니를 두고 부처님을 향해 달려들었는데,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도 걸어가는 부처님을 따라잡을 수가 없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앙굴리말라’는 스스로 멈춰서서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앞에 가는 수행자는 걸음을 멈추어라’고 외치자, 부처님께서는 ‘나는 이미 멈추었는데 그대는 아직도 멈추지 못하고 있구나’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앙굴리말라’는 이 알 수가 없는 대답에 뭔가 느낀 바가 있어서 그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고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앙굴리말라여!

나는 언제나 일체의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 폭력과 살생을 멈추고 있다. 그러나 그대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 대해 폭력과 살생을 저지름에 자제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여지껏 멈추어 있고, 그대는 아직도 멈추지 않은 것이다.”

 

이 한마디에 충격을 받은 ‘아힘사카’, 즉 ‘앙굴리말라’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즉시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어떻게 된 일이냐며, 자신을 위해 다시금 설법을 해달라고 청원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한번 말씀하십니다. 

“앙굴리말라여!

내가 멈추었다 함은 모든 존재들에게 해치는 칼을 영원히 내려놓았음이며, 그러나 그대는 아직도 생명들을 해치는 칼에 자제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멈추었고 그대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묻지마 칼부림이 자행되고 있는 요즘, 오늘의 말씀, 다음 시간에 마무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