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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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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부처님 도량, 화마로부터 지키기

문정용 2023-07-06 11:40:58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오랜 전통을 가진 불교 문화유산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그 귀중함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신적 문화유산은 출가한 스님들에 의해서 여전히 잘 계승되고 있고, 물질적 문화유산도 후손에게 잘 전승해 주어야 하는데,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위험에 노출된 현실은 다름이 아니라, 전통 사찰 대부분의 건물들이 목조로 지어졌기에 화재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05년 발생했던 강원도 산불로 인하여 낙산사는 80% 이상이 소실 되었고, 2008년 방화로 발생한 숭례문의 완전 소실도 우리는 지켜 보았습니다. 

 

국보 숭례문의 화재 사례를 다시 조명해보노라면, 당시 그저 몇 가닥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소방시설이 총동원되었다고 볼 수도 있었는데도 불길을 잡지 못하고 완전히 소실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사찰의 목조 건축물의 특성은 건물 전체가 완전히 건조된 상태의 가연성이 강한 목재로 되어 있어서 불이 잘 붙고, 대들보 위의 서까래에는 판자로 덮고 진흙을 발라 무거운 기와를 올려놓아 습기가, 즉 물이 침투하지 못한 구조이니 건조된 목재는 화재에 있어서 화약고나 다름없는 상태라 여기시면 될 것입니다. 

 

특히 천정 내부 적심층에는 내부구조를 보강하기 위하여 넣어 놓은 대팻밥이나 자귓밥 등이 채워져 있어서 이것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여기에 한 번 불이 붙으면 소화수가 닿을 수도 없는 깊은 곳이므로, 비록 외부에서 볼 때,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 보여도 불은 이미 전체에 번져 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시간이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온 건물에 퍼져 전체를 태워버리기에 불이 붙으면 불길을 거의 잡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날 내장사 법당이나, 거제 계룡사 법당이 완전 소실 된 사례처럼 일부러 법당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화재를 발생시키면 치명적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찰 화재 대책으로 자동 화재탐지 설비 설치, 강화액 소화기 비치, 다량의 소방수 확보 등 불을 초기에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사찰에서는 여의치가 않고, 설사 즉시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사찰은 대부분 산중에 있어서 접근성이 어려움은 물론이고, 특수 차량의 진입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찰의 특성상, 법당에는 항상 촛불을 켜야 하고, 얼기설기 전선 줄을 설치하여 등을 밝히고 있으니, 늘 화재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사찰 화재 사례를 분석 연구한 어느 자료를 보니, 전기적 요인과 법당에서 불을 다루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 발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방화나 방화 의심과 원인 미상의 합계가 그 뒤를 잇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목조 건축물에서 화재 발생은 불교적 문화유산이나 기타 민족의 문화유산의 소실을 가져오고, 다시 원상 복귀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즈음하여 불교계에서는 예로부터 화재에 의한 취약점을 잘 알기에 화재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여러 가지 방편을 써서 각고의 노력을 해 왔음이 곳곳에서 보여집니다. 

 

특히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새겨져 있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판을 소장한 해인사는 화재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고, 기록에 의하면 1695년부터 무려 7차례의 크고 작은 화재를 겪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인사에서는 화재 예방의 기원을 담아 해마다 소금 묻기 행사를 하며 올해도 하였는데, 이는 양기가 가장 강하다는 단오절에 바닷물로 화기를 누른다는 의미로 화재에 취약한 곳에 소금을 넣고 물을 부어 담아 둡니다. 

 

저도 해인사 선원에서 선객으로 지내던 시절 이 행사에 동참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예방효과를 따지기 전에 소방시설을 철저히 점검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화재를 사전에 예방함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