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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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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계묘년 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문정용 2023-05-10 13:23:05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부처님의 하루 생활은 늘 마음 챙김으로 일관하셨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내시던 부처님의 시야에 새파랗게 질린 여인네가 아이를 부등켜 안고 허둥지둥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여인은 부처님을 뵈옵고 다짜고짜 품 안에 있는 죽은 자신의 아이를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측은지심으로 그 여인네를 바라보시던 부처님께서는 인자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의 소원을 들어 줄터이니 아이를 여기에 내려 놓고, 그대는 쌀을 한 줌 가져와야 한다. 대신에 그 쌀은 단 한 사람도 죽은 사람이 없는 집안의 쌀이어야 하느니라’

 

이 말씀을 들은 여인은 눈이 번쩍 뜨였고, 당장 마을로 달려 내려가서 쌀을 구하기 시작하였지만, 땅거미가 밀려오는 시각이 되도록 죽은 사람이 없는 집안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추스르는 데,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리는 것이었고, 대문 밖에는 머리칼이 헝클어지고 옷 매무새가 엉망인 젊은 여인네가 죽은 자신의 아이를 살려야 한다면서 쌀 한 줌을 요구했고, ‘이 집에는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안이지요?’ 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그때서야 한 번 죽은 사람은 되살릴 수 없음을 알았고, 대문 밖의 여인을 감싸 안아주며 함께 펑펑 울었습니다. 

그녀는 부처님께 다시 나아가 조용히 자신의 죽은 아이를 데려와서 정중하게 장례를 치러준 뒤 부처님의 제자로 출가하였고, 멀지 않아서 아라한의 경지에 들어 여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법문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6남 4녀의 10남매 중에서 7번째인데, 제일 막내 아이가 돌을 갓 넘기고 세상을 떠나자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시던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 보았고, 좀 더 철이 들어 친구의 어린 외조카가 뇌종양으로 생을 마감하자 애통해하던 친구의 누나 모습도 보았습니다. 

제가 20세 되던 해에 입산 출가를 하였고, 당시 공양주 보살님의 장성한 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생을 달리하자 그 보살님께서는 어림잡아 석 달 열흘을 눈물로 보내셨고, 몇 해 전에는 부인과 두 아이를 두고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한 가장의 49재를 지내 주었는데, 지금도 그 어머니는 영단에 금강경을 사경 해서 올리고 하염없이 울먹이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요즘은 출가 당시부터 엊그제까지 당신의 자식처럼 저를 챙겨주시던 88세 보살님의 49재가 진행 중이고 이런 재를 지낼 때는 염불에 힘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자식을 앞세운 부모와 재를 함께 지내려면 참으로 마음이 무겁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가슴 시리게 다가옵니다. 

 

세월호와 이태원 사고만 두고 보더라도 세상에서 이런 가슴 아픈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인토라고 하여 ‘참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사바세계라고 하는 것이고, 반대로 정토라고 하는 극락세계는 괴로움이 없으니 참을 일이 없고 오직 해탈로 나아가는 길 밖에 없으니 이 사바세계를 떠날 때,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태어나길 염원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바세계를 사는 태생, 난생, 습생, 화생인 사생의 중생들에게 부처님은 자애로운 어버이 같은 존재셨으며, 해탈의 길을 가르쳐 주신 스승이셨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눈으로 중생계를 바라보셨던 마음은 어느 부모님의 자식 사랑 마음보다 더 자애로웠을 것이고, 자식을 잃은 여인의 괴로움을 특유의 방법을 써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지혜는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5월 가정의 달에 어린이날을 보내고, 어버이날도 지났고, 스승의날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잠시 지난날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원치 않게 찾아온 불행한 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많은 분들의 괴로움이 소멸되기를, 안락이 깃들기를, 평온이 지속되기를, 더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부처님의 마음으로 함께 기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