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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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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생전예수재의 의미

문정용 2023-04-26 16:39:12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윤달이 드는 해에는 불자들이 행하는 독특한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생전예수재’라는 행사인데, 먼저 재(齋)의 성격을 살펴보면 이 사바세계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반드시 죽음이라는 현상을 맞이하게 되므로, 이때 고인이 된 사람을 위해서 명복을 빌어 주어 극락세계로 인도하거나 다음 생을 받을 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도록 공덕을 쌓아 주는 예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후 세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금생에 깨달은 자는 열반을 증득하여 윤회에 들지 않는 해탈을 성취하고, 깨닫지 못한 자는 윤회에 든다’고 명확하게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깨닫지 못하고 고인이 된 사람을 위해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명복을 빌어주는 재의식은 의미 깊은 선한 공덕이므로 불자들은 기꺼이 즐겨 실천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윤달에만 행해지는 ‘생전예수재’가 독특하다고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남을 위해 재의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재의식을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인 나 역시도 언젠가는 죽어 고인이 될 것이므로 현재 생생하게 살아 있는 내가 앞으로 죽어 고인이 될 나를 위해서 미리 재의식을 치러주는 예식이 ‘생전예수재’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면 공덕 쌓는 생활보다는 내 삶을 유지 존속하기 위해 오늘도 수 많은 생명들을 희생시키고, 그들의 봉사와 헌신으로 내 몸이 유지됨으로 이런 삶은 빚지는 삶이지 결코 공덕을 쌓는 삶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나의 삶이 내생으로 이어질 때, 빚을 진 삶이라면 극락세계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수 없을 것이기에 미리 살아생전에 자기 자신의 명복을 빌어 더 나은 삶을 보장받고자 하는 예식이 ‘생전예수재’라는 것입니다. 

 

계묘년 올해에는 음력 2월에 윤달이 들었는데, 음력 열두 달은 태양력 열두 달보다 11일이 짧으므로 3년에 한 달이나, 8년에 석 달의 윤달을 넣는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평년보다 한 달이 더 늘었으므로 윤달을 ‘여벌달’, ‘공달’, 또는 ‘덤달’이라고 부르며 여느 달과는 달리 걸리는 것이 없다고 하여 탈도 없는 달이라고도 하였습니다. 

 

<동국세시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윤달은 풍속에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를 만드는 데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 광주 봉은사에서는 매양 윤달을 만나면 서울 장안의 여인들이 다투어 와서 불공을 드리며 돈을 부처님 앞에 놓는다. 그리하여 윤달이 다 가도록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극락세계에 간다고 하여 사방의 노인들이 분주히 달려오고 다투어 모인다. 서울과 그 밖의 여러 절에서도 대개 이러한 풍습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기 때문에 금생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생활 태도는 불현듯 찾아올 죽음에 대비하여 수행을 하거나 공덕을 쌓아 내생을 대비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죽음을 통해 내생으로 이어질 때, 가져갈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단지 금생에 지은 업력 만이 그를 따르는 법입니다. 

 

평소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수행을 통해 해탈을 추구하고, 선업을 쌓아서 보다 나은 내생을 준비해야 한다고 가르치셨기 때문에 ‘생전예수재’를 통한 공덕 쌓기와 참회와 수행은 그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어떤 절대자에게 기대어 은총만을 바라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적극적인 선업의 행위로 인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생활방식입니다.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며 돈 봉투를 주고 받았던 행위는 결코 선업을 짓는 일이 아니기에 그들에게 ‘생전예수재’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도록 한다면 알려주는 사람도 공덕이 될 것이고, 그들도 선업으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니 서로서로 유익한 일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