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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이것이 진짜 기적이다. 상세보기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이것이 진짜 기적이다.

문정용 2023-04-12 09:20:43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세상살이에서 기적을 이야기하는 사례가 참으로 많습니다. 

몇 가지를 말하자면 지진으로 건물 속에 묻혔다가 생환한 사람들의 경우, 갱도에 갇혔던 광산 노동자의 구조, 삼풍백화점 참사에서 극적으로 구해진 사람들을 두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모두가 공감합니다.  

 

그러나 불교에서 기적을 말하는 데는 그 뉘앙스를 달리하는데, 다음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따사로운 봄날 친구 사이로 왕자를 비롯한 귀족의 아들 30명의 부부가 봄나들이를 가는데, 그 가운데 한 친구는 아직 아내가 없어 어느 기녀와 동행을 했고, 한창 취기가 올랐을 무렵, 그 기녀는 그들의 값비싼 패물을 훔쳐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이에 흥분한 30명의 젊은이들은 기녀를 찾기에 혈안이 되었고, 때마침 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계시는 부처님을 만나 ‘존자시여! 행여 근처를 지나는 기녀를 보지 못하였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대들은 무슨 일로 그 기녀를 찾는가?’ 라고 물으시자 ‘자신들의 소중한 패물을 가지고 달아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보아하니 그대들은 부유한 귀공자 집 자제들 같은데, 아무리 귀하다고 한들 한낱 치장거리에 불과한 패물을 찾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한가?’라고 물으시자, 영특한 젊은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런 패물이야 우리 가문에 넘쳐납니다. 생각해 보니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더 소중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여 나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 보시오.’

 

그리고 세상살이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아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시자, 그 자리에서 30명의 젊은이들은 사랑하는 아내와 가문의 지위를 일시에 버리고 부처님의 제자로 출가를 해 버렸습니다. 

 

이런 일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자 모두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30명의 젊은이는 비구가 되어서도 함께 수행 정진하였는데, 어느 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그 즉시에 모두가 깨달음을 증득한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해 버리자, 이제는 부처님의 제자 비구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이 기적같은 일이 어찌하여 일어날 수 있는지를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데는 다 원인이 있느니라. 이 30명의 비구들은 과거 생애서도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하루는 같이 술을 마시며 놀고 있었는데, 먹거리가 부족하자, 주인이 키우는 형제 돼지 두 마리가 있는 것을 보고 한 마리를 잡아 안주로 삼자고 하였다. 주인은 자기가 아끼는 돼지라며 거절하자, 술을 몇 잔 권하여 마침내 허락을 받아 내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동생 돼지는 두려움에 떨며 형 돼지에게 달려가 이제는 죽게 되었다고 말하자, 형 돼지는 ‘가축으로서 인간에게 우리의 살코기가 제공되는 것은 돼지의 운명이다. 그러니 죽음에 용감하게 맞서야 한다’ 라고 하였다. 

 

역시 이런 과정을 지켜본 30명의 친구들은 한낱 자신들의 유희를 위하는 일이 다른 생명체에게 어떤 괴로움을 주고 있는지를 깨닫고, 그 이후로 이들은 무려 6만 년 동안 한결같이 살생을 하지 않는 5계를 지켜 왔다. 그들이 금생에 다시 친구로 만나 함께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고, 마침내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한 저 비구 30명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죽을 운명에서 생환한 사례도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기적과는 차원을 달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종교계의 한켠에서는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로 부활이라는 기적을 믿으라고 말하지만, 죽어 송장이 된 시신은 다른 현상으로 순환하여 연기할 뿐이지 다시 살아나는 이치는 이 우주에 없습니다.

 

2+2는 5라고 믿을 수는 있겠지만, 2+2는 4이지 5가 되는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인생살이에서 30명 젊은이들의 출가와 그 깨달음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