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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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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프레임의 법칙

문정용 2023-03-30 09:32:01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저는 몇 해 전부터 청송 교도소에 매월 법문을 갑니다. 

그곳의 재소자분들과 대면하고 인사를 나누자니 반갑다고 말하기도 뭔가 어색하고 조심스러워 망설여졌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에 관한 자료도 자연스럽게 검색하게 되더군요.물론 저와 마주하는 분들 개개인의 신상 정보가 아니라 포괄적으로 그곳에 수감 된 사례들을 보니 정말로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격리된 사례가 많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들 죄의 경중을 따져서 판단하는 입장이 아니고, 단지 부처님의 말씀을 전달하여 현재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어떤 위안을 주고자 하는 입장이어서 무슨 이야기를 전달할까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동일한 현상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비춰질 수 있다는 ‘프레임의 법칙’이 생각나서 전달했더니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프레임의 법칙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이런 예시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예쁜 여대생이 밤에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것이지만,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낮에는 대학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청송의 재소자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여러분들은 그 어떤 원인으로 인하여 현재 격리된 이 생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생활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 하라.

지금 사회에서 살아가는 생활이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하루 세끼 공짜 밥을 먹으면서 안전한 곳에 보호되고 있다. 

나는 한 달에 150여 만원으로 살아가는데, 여러분들에게는 월 평균 270여 만원이 쓰여진다고 한다.

나는 대구에서 청송을 오가는 오늘도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교통사고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는데, 최소한 여러분들은 이곳에 계시는 동안 교통사고 염려는 없지 않느냐? 라고 말입니다. 

 

내가 그 재소자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흉악한 범죄자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이웃사촌으로 바라보게 되자 대면하는 자리가 훨씬 안정되어 졌다는 말입니다.

 

맹인불자회에서 법회를 진행할 때에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모시고 온 따님에게 지금은 밝은 대낮인지라 어머니를 모시고 안내하여 보살피지만, 만일 칠흙같은 어두운 밤에 전등불 마저 단절되었다면, 반대로 불빛과 상관없이 생활하시는 어머니의 안내를 받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지요.

 

어느 날 공자가 유행을 하던 중에 양식이 떨어져 며칠을 굶었을 때, 겨우 쌀을 구해와 한 제자가 밥을 지었는데, 무심코 바라본 그 제자가 한 웅큼 밥을 쥐어 먹고 있더랍니다. 

정중하게 제자를 나무라자 제자는 이렇게 답하였다고 합니다. 

스승님 다름이 아니라 밥을 푸기 위해 뚜껑을 열었는데, 천정에서 흙이 떨어졌습니다. 

흙이 섞인 밥을 버리기가 아까워 그 흙과 함께 제가 먹은 것이었습니다. 

 

이에 공자는 잠시나마 제자를 의심한 것이 부끄러워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예전에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 구나. 그리고 나는 나의 머리를 믿었다. 그러나 나의 머리도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구나, 그대들은 보고 들은 것이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명심하거라. 라고 말입니다.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관장하시는 아미타부처님께서는 자신의 명호를 지극정성으로 열 번만 부르면 그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반드시 극락세계로 인도하겠다고 하셨지만, 부모를 죽인 사람이나, 교단을 파괴하는 자, 그리고 부처님의 교법을 비방하는 자는 예외라고 하셨는데, 청송의 재소자 중에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프레임의 법칙을 적용하여 이웃사촌으로 바라보니 훨씬 맘이 편해졌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프레임의 법칙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