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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생식능력 제거 수술 없어도 성별 정정 가능 상세보기

[배지현변호사 법률칼럼] 생식능력 제거 수술 없어도 성별 정정 가능

정민지 2023-03-23 09:11:05

▪︎ 출연: 법무법인(유) 효성 배지현 변호사 

▪︎ 방송: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법률칼럼’ (2023년 3월 23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세요. 배지현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성별정정허가와 관련한 새로운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트렌스젠더의 성별정정을 위한 별도의 법률은 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2006년경 대법원에서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판결이 나온 이후에 각급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별정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대법원은 성별정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만 19세 이상의 성년자로서 행위능력에 제한이 없을 것, 현재 혼인 중이 아니고, 미성년자 자녀를 양육하고 있지 않을 것, 성전환수술을 받아 생식능력을 상실하였고, 신체 외관이 정정하고자 하는 성으로 바뀌었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법률로서 그 요건이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일부 법원에서는 생식능력 제거 수술만을 받고 외부 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경우에 따라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자궁적출술과 같은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성별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정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A씨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성전환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이에 유방절제술을 받고 남성 호르몬 요법을 진행하여 외모와 목소리가 남성으로 변화하였지만, 그 외 자궁적출술과 같은 생식능력 제거 수술이나, 남성의 성기를 만드는 성형수술은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A씨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춰 법적인 성별도 남성으로 바꿔 달라며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을 법원에 신청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A씨가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 중 유방절제술 등은 받았지만 난소적출술 등은 받지 않아 아직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 사회적 혼란과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A씨의 성별정정허가신청을 불허하였습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고하였고, 항고심은 생식능력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토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자기 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며 A씨의 성별정정을 허가하였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A씨는 남성화된 현재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분명해 여성으로의 재전환을 희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으로의 전환이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지난 2017년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에서 원치 않는 불임수술을 조건으로 하는 것은 사생활의 존중에 대한 권리, 신체의 완결성에 대한 권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결하였으며,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개인의 생식능력을 제거하고 외부 성적 특징을 바꾸는 수술을 받도록 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권리와 신체적 온전성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성별정정허가와 관련한 최근의 판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