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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진스님 시사칼럼] 입춘대길(立春大吉) 상세보기

[선진스님 시사칼럼] 입춘대길(立春大吉)

정민지 2023-01-26 09:41:38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3년 1월 25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입니다

오늘은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입춘 날 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의 입춘첩(立春帖)을 한해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입춘을 맞아 좋은 기운을 받아서 길한 일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대문이나 기둥에 글귀를 써 붙이기도 합니다.

 

입춘첩의 내용은 집안마다 다른 내용이 전해지기도 했고, 새로 지어 써 붙이기도 했는데  입춘 날 입춘 시에 입춘 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 라고 하며, 전라도에서는 입춘 축 붙이면 봉사들이 독경하는 것보다 낫다. 는 말이 전해져 옵니다.

 

입춘(立春)은 들입(입)이 아니라. 세울 입(입)으로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入春)이 아니라 ‘봄을 세운다’ 또는 ‘봄이 일어선다’라는 의미로, 작년에 왔던 봄이 출입문을 드나들 듯, 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지극정성으로 ‘봄을 세운다’는 뜻입니다.

 

봄은 해가 바뀌었다고 그냥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새봄은 새로운 각오로 봄을 세우는 마음의 자세와 계획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자연은 봄이 오면 꽃이 피지만, 인생에 봄을 맞이하려면 추운 겨울의 눈보라를 이겨내고, 탐욕과 성냄, 어리석은 생각을 여의고 일구월심 간절함의 지속성으로 내 마음이 눈을 뜨고, 지혜의 꽃을 피워 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남 몰래 적선공덕행(積善功德)의 행을 지어가는 자비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과 베품을 실천하는 보살행으로 아름다운 풍속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여 나갈 때 상여머리에서 부르는 향도가(香徒歌)에 ‘입춘 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하였는가,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念佛功德)하였는가’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처럼 입춘날 개인의 기복만이 아닌 선근 공덕을 지어  착한 일을 하므로 자신의 보살핌에 의하여 액을 미연에 막고, 더 나아가서는 적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후손들에게까지 복이 미친다는 생각에서 입춘 전날에 각자 선행 공덕을 쌓아간다는 이러한 소박한 민간신앙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이루어 진다는 믿음은 불교적인 보시공덕과 선행의 신앙의식이 다분히 녹아나 있다고 하겠습니다.

 

민간에서는 입춘방을 붙이고 삼재부적을 붙이는 민간의 벽사기복의 신앙은 불교 교리의 실천적 수행적인 면과는 다르지만, 불교 의식이 민간 신앙과 결합 되어 교화 방편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와 이 땅의 정토를 가꾸는 민족종교로서의 불교를 가능하게한 원동력이 되었던 포용성으로 이해 할 수 있겠습니다.

 

아름다운 풍속 입춘은 각 사찰에서 오늘 날에 되살려 한해를 경건하게 맞이하고자 불공을 올리고, 다라니 등을 나누어 주어, 삼재팔난 소멸을 기원하고, 진리를 깊이 마음속에 새겨서, 수행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어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살아가기를 발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절에도 올해 입춘 날에 천지미분 전, 음양, 시공, 주객이 벌어지기 이전 나의 본래 면목인 참된 나는 무엇인가? 화두를 참구하시라는 의미로, 부모미생전본래면목 (父母未生前 本來面目) 만사형통(萬事亨通), 글귀를 써서 나눠 드리려 합니다. 일반 대중들께서도 입춘 날 가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소원과 기도 서원을 세우는 좋은 글귀를 써서 입춘첩을 붙인다면 삶에 깊은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대문 앞에 큼지막하게 입춘대길 건양다경 글자만 써 붙여 놓고 막연하게 복이 들어오기를 빌지 않고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라는 풍습으로 이어졌습니다. 희망의 새봄은 그냥 오지 않으니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