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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진스님 시사칼럼]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落葉歸根) 상세보기

[선진스님 시사칼럼]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落葉歸根)

정민지 2022-12-14 15:06:19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2년 12월 14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落葉歸根)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성하던 잎이 거의 졌을 요즘은 누구나 겨울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얼마 전에 택시를 타고 밖을 바라보면서 “낙엽이 떨어지니 뿌리로 돌아가네.”라고 혼자 말을 했는데, 기사님께서 들으시고, “방금 그 말은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말씀 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낙엽은 뿌리로 돌아가지만, 우리 인간은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온 곳 그 자리입니다. 사람은 죽었다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습니까?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기사님 올 때는 어디로 부터 오셨습니까?" 

침묵이 흘렀습니다. 

“오직 알 수 없는, 생각이 끊어진 근본자리, 공의 자리, 진공의 자리, 법신의 자리, 본래면목, 주인공 자리, 고요한 침묵 알아차림 지금 바로 이 자리, 바로 그곳입니다.”

 

“바로 그곳이 어딥니까?” 

"기사님과 저 사이에 대화하는 바로 지금 이 자리, 여기 이 순간 입니다. 다른 데 없습니다." 

“스님 ! 죽어서 어디 간다는 말도 거짓말이네요.”

“죽어서 가는 곳도 극락 천당도 지옥도 지금 이 자리지요. 일념(一念)이 무량겁(無量劫)이니까요? 죽으면 어디 간다는 착각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생과 사가 하나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어찌 살면 잘사는 겁니까?” 

“정답은 없습니다. 지금 바로 여기 현재에 깨어 있고, 자기 자신에 속지 않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잎에도 뿌리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뿌리는 어디로 돌아가는가에 대한 공안이 있는데 벽암록 제27칙에 어느 날 한 스님이 운문종의 개조(開祖)인 운문선사께 물었습니다. '나무가 시들고 잎이 떨어지면 어떻습니까?' 운문선사께서 답하길 ‘ 가을바람에 온 몸이 드러났구나( 體露金風)’로 답합니다.

진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만든 허구에서 벗어나, 항상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여 달리 찾거나 구하거나 얻으려 하지 않는 다면 바로 지금 이 자리가 진리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상응부 경전에서는 먹을 것도 귀금속도 그 어떤 소유물도 당신이 죽을 때는 가져 갈 수 없다. 마찬 가지로 당신이 하인이든 부하든 혹은 당신의 영향 아래 있던 사람이든 당신이 죽을 때는 어느 누구도 데려 갈 수 없다. 죽을 때는 모든 것을 잃는다. 죽을 때 유일하게 손에 남는 것은 당신이 일생동안 행동해 온 신체의 업과 말로 했던 업과 마음으로 생각 했던 업 단지 그것뿐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과보를 받아 여정을 떠난다. 마치 그림자가 사람을 따라 다니듯 업은 당신을 항상 따라 다닌다. 그런 까닭에 생각, 말, 몸을 가다듬고 미래를 대신해 선업을 쌓도록 하라. 선업은 미래의 당신에게 있어 유일한 재산이 될 것이니 라고 말했습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제법의 실상을 보기 위하여 모든 현상계에 대해 여법하게 사유하고, 그것을 자꾸 익혀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으며,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며, 그와 같이 지은 업은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피할 수 없는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를 철저히 거듭거듭 사유한다면 이 대치 법으로 자만심에 빠지지 않고 겸허한 마음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듯이 세월이 사람을 몰고 늙음과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자기 관찰을 통해 정신적. 감정적 상태를 점검하여, 맑은 마음을 그 위에 살며시 올려놓아,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겨울나무에게서 욕망을 내려놓고 평온을 찾는 고요함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