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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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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팔관회의 부활을 꿈꾸며

문정용 2022-08-31 15:41:21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계목이 바로 불살생이며,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출가 수행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이며, 이와 관련하여 재가 불자들에게까지 권장되었던 불살생의 기록이 역사적으로 팔관회를 통해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팔관회는 팔관재계라고도 하며 여덟 가지를 금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살생하지 말고, 도둑질 하지 말며, 음행을 금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고, 높고 사치한 자리에 앉거나 꽃과 향수로 치장하지 않고, 노래하거나 춤추지 않으며, 오후에는 금식을 하는 등의 팔계를 일반 재가 불자들이 팔관회 기간 동안 일상생활에서 준수하도록 권장했습니다.

 

매월 6일, 14일, 15일, 23일, 29일, 30일을 육재일이라고 하여 이날만큼은 재가 불자들이 스님들처럼 생활하며 수행하는 날로 삼았다고 합니다.

 

고대 인도 땅에서는 육재일이면 악귀가 사람을 해친다는 생각이 있어 이날이 되면 목욕재계하고 오후에 금식을 하면서 근신하였고, 이러한 팔관재계의 정신이 중국의 불자들 사이에서는 선을 닦고 복을 지어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공덕 행위로 중요시되면서 규모도 커지고 불교 법회 형식을 띠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팔관회는 삼국시대부터 개최되었는데,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 진흥왕 때 산천용신제 등을 불교 의식과 결합하여 스님들의 주재로 사찰에서 개최하였다고 하며, <팔관재경>에 의하면 팔관회를 봉행하면 그 공덕으로 사람의 병이 낫고, 죽은 사람은 극락왕생한다고 하여 위령제 성격이 강화되고 나라를 위해 죽어간 호국영령들을 추모함과 더불어 국가 차원의 결속력 강화에도 큰 몫을 차지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고려 때에는 팔관회가 국가 행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겼으며, 태조의 훈요십조에 ‘팔관회와 연등회를 함께 꼭 지켜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고려의 팔관회는 점차 토착 신앙적인 성격을 띠면서 여덟 가지 계율을 지키는 불교적 수행을 권장하는 격식을 벗어나 음주 가무까지 포함하는 성대한 놀이 축제로 변하게 되면서 조선시대에 이르러 이런 폐단을 이유로 공식 폐지되기에 이릅니다. 

 

팔관회의 개설과 함께 시작된 연등회는 불교 행사이며 국가 행사였고, 이후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꾸준히 전승되어 오늘날에는 ‘부처님오신날’에 연등회 행사가 열리는데, 2012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며칠 전 제주에서는 화살에 맞은 개가 발견이 되어 충격을 주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재미 삼아서 화살을 쏘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개에게는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풍토는 사라져야합니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불교계에서 다시 한번 팔관회의 행사와 그 정신의 부활을 논의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제안을 해봅니다. 

한 달에 단 하루만이라도 팔재계를 지키면서 생활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생명 존중 사상이 생겨나리라고 봅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말에는 한국불자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수련회를 와서 108 대참회문으로 절 수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팔관회의 부활을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