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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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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스님 시사칼럼] 양두구육(羊頭狗肉)

정민지 2022-08-24 09:11:23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2년 8월 24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입니다

오늘은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양두두육(羊頭狗肉)이라는 고서성어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양두구육의 한자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양의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라 속여 판매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훌륭한 듯이 보이나 속은 변변치 않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양두구육과 비슷한 사자성어는 표리부동, 면종복배, 인면수심 등이 있습니다.

안자춘추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이 총애하는 첩인 융자가 남장을 하고 다니자 그걸 좋아하는 백성들이 남장하는 풍습이 널리 퍼졌습니다. 나라에서 몇 번이고 금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안영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궁중 여인에게는 남장을 허용하면서 민간에서는 남장을 금하니 이야말로 "문 밖에는 소머리를 걸어두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라며 궁중 여인의 남장부터 금하라고 진언을 한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정치인 이준석은 대선기간 동안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이렇게 한 말을 두고 여당선 자당 대통령을 빗댄 건 망언이라고 비판하고, 본인은 즉시 사자성어 자체를 이해 못한 것이라 반박하는 등 표현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선불교에서는 옛날 석가세존께서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설법하셨는데, 이때 운집한 제자들 앞에서 다만 꽃을 들어 올려 보이셨는데 이때 오직 가섭존자만이 파안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내가 온몸으로 체득한,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없는 진리(正法)가 있는데 이를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전수(付屬)하노라.’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이 공안에 대해 간화선(看話禪)의 원조인 오조법연(五祖法演, 1024-1104) 선사의 어록에 있는, ‘양두구육’의 원형인 ‘양머리를 높이 매달고 개고기를 판다(高懸羊頭賣狗肉)’라는 대목을 인용하며, 무문 선사는 석가세존을 사기꾼으로 몰며 다음과 같이 제창(提唱)하고 있습니다.

‘양두구육’을 통한 사기꾼이란 표현은 선종 특유의 세존에 대한 반어적 극찬이다. 이어서 무문 선사는 ‘세존께서 꽃을 들어 올리니 꼬리까지 그 정체를 몽땅 다 드러냈네. 오직 홀로 그 뜻을 꿰뚫어 본 가섭의 파안미소 인간계와 천상계를 통틀어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하리.(拈起花來 尾巴已露. 迦葉破顏 人天罔措)’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문 선사는 세존과 가섭 사이에 이루어진 전법 과정을 이처럼 멋지게 노래하고 있기에 결국 ‘양두구육’을 통한 사기꾼이란 표현은 선종 특유의 세존에 대한 반어적 극찬인 것입니다.

대선 시절 자괴감마저 들고 뿌리치고 싶었다던 국민들을 위하여 옳은 길을 선택하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시켰다는 이준석 대표의 자책성 양심선언이었습니다.

도가 귀감에 작은 원한을 용서 못하면 큰 원한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당대표의 해임절차가 혼란 상황에 놓여있지만 표용의 정치로 전 당 대표를 잘라 내지 말고, 끌어 안아야만이, 낮은 지지율의 가장 큰 이유 대통령 본인이 바뀌어야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 밖에 없었는가라는 조롱에서 벗어나고,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드는 것이 되겠습니다.

입에 발린 말만을 일삼는 정치인들이 뒤로는 위선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된 느낌입니다. 양두구육(羊頭狗肉) 이 점에서는 자유로울 정치인이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에도 모름지기 어지러이 걸어가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후일에 필히 다른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서산 대사의 선시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