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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생존을 위한 물 다툼_1 상세보기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생존을 위한 물 다툼_1

문정용 2022-04-15 17:51:06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생명의 근원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단연코 물이며, 지구는 물이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인지라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3분의 2가 바닷물로 이루어져 있고, 지구가 품고 있는 물 가운데 97.5%는 인류가 사용할 수 없는 염분을 함유한 바닷물입니다.

나머지 2.5%의 물이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인데, 이마저도 빙하, 만년설, 영구동토, 그리고 지하수 등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람이 사용하기 어렵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은 호수나 강, 하천의 물인데, 이 물의 양은 지구 전체 담수의 0.39%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현대의 오염된 물과 공업용수, 그리고 동식물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물까지 계산한다면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하시고 중생교화에 나선 지 5년째 되는 해, 샤까족과 꼴리야족 사이에 심각한 물싸움이 발생합니다.
두 부족은 원래 같은 조상으로 작은 로히니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그해 여름 지독한 가뭄이 발생하여 로히니 강물은 점점 줄어들어 농작물이 말라죽기 시작하자 서로가 생존을 둔 다툼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꼴리야족 한 농부가 같은 물줄기를 사용하는 샤까족의 농부에게 불만을 나타내며, ‘내가 농작물을 좀 더 일찍 심었고, 조금이라도 상류에 위치하니 내가 먼저 물을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고, 샤까족 농부는 ‘무슨 소리냐? 당신만 살고 나는 굶어 죽으라는 얘기냐’라며 물을 양보할 수 없다고 맞대응합니다.
급기야 두 농부는 나쁜 감정이 생겼고, 이어 몸싸움까지 하게 되었으며, 서로  상대방을 심하게 모욕하는 비방으로까지 번지게 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두 족속의 마을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하여 자기 족속을 모욕하는 상대방을 그냥 둘 수 없다며 집단으로 뛰쳐나가 로히니 강가에서 서로 난투극을 벌였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같은 족속으로서 오랜 평화와 우의를 다져온 사이가 가뭄으로 인한 로히니 강물 부족으로 타 들어가는 논바닥 위에서 평화는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습니다.

이 작은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파만파 퍼져나가 급기야 두 족속 전체에 퍼지게 되자 흥분한 젊은이들이 그 근원을 따지지도 않고 상대방의 치부와 약점을 들쳐 내며 서로를 몰아 부쳤습니다.

‘짐승처럼 대추나무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놈들아! 코끼리를 몰고 쳐들어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물러나지 않으리라.’
또 상대방에서는
‘우리라고 눈 하나 깜짝할 줄 아느냐? 집안의 질서도 모르고 사는 너희들이 개돼지같이 사는 짐승 족속이다.’

급기야 두 족속은 군대까지 동원하게 되었고, 용감무쌍한 장군들이 코끼리 부대, 기마부대, 칼과 창으로 무장한 병사들을 데리고 앞다투어 로히니 강 언덕으로 모여 들고 있었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노려보고, 일부러 술을 먹여 흥분시킨 코끼리를 당장이라도 내몰 기세였고, 재갈을 물린 기마병의 말들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이 앞발을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팽팽하게 시위를 당긴 궁수들은 지금이라도 활시위를 놓을 순간!

이때였습니다.
어디서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수군거리더니 궁수들부터 하나둘 서로서로 활시위를 놓았고, 병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칼과 창을 내려놓았으며, 말들도 발걸음을 멈췄고, 흥분했던 코끼리도 평온을 되찿았습니다.  

전쟁의 기운이 솟구쳤던 로히니 강가에는 순식간에 침묵에 빠져들었습니다.
저쪽 강둑으로 한 비구가 천천히 걸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바로 부처님이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전운이 감도는 로히니 강가에 나타나신 겁니다.

그 후 이 싸움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