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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진스님 시사칼럼] 바로 지금 여기(卽時現今) 상세보기

[선진스님 시사칼럼] 바로 지금 여기(卽時現今)

정민지 2022-04-06 10:50:52

■ 출연: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시사칼럼 (2022년 4월 6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입니다.

 

‣ 오늘은 바로 지금 여기(卽時現今)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보겠습니다.

 

가야산 해인사 장경각 주련에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時)라는 글이 있습니다.

 

깨달음의 도량 즉 행복한 세상은 어디인가? 우리들이 발 딛고 있는, 바로 생사가 있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자리, 이곳에 충실 하는 것,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이것이 깨달음, 알아차림, 자각입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가, 해탈 열반 진리의 도량으로, 법의 당체라 하고 궁극의 실재라 말합니다.

 

금강경에서는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 과거도 실체가 없어 공하고, 미래의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아 잡을 수 없고, 현재도 통로 이므로 집착하는 순간 괴로움이 따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괴로움이 따르는 이유는 우리들은 지금 이 순간에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어나는 생각들이, 진짜인 양 착각하여, 과거에 대한 후회, 정체성 ,미래에 대한 기대, 희망 이런 생각들로, 우리가 존재하는 바로 지금 여기 살지 못하게 끊임없이 훼방을 놓습니다.

 

생각이 필요 없는 자리가, 순수한 존재로 참된 나, 본성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뭣고 화두로, 마음 챙김 하면, 고요하고 평온한 지금 여기, 현존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생각이 없는 이 자리가, 존재 의식의 무한한 지복의 상태입니다. 생각이 없는 자리에 접속하면, 이것이 깨달음이므로, 시간으로부터 현재로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불행은 예고 없이 도처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지 않는 미래와 다 끝나버린 과거에 매달리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고, 과거는 얼른 놓아버리면,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것으로 지혜로운 삶이라 하겠습니다.

 

전해오는 법훈에 어느 큰스님과 동자승 두 분이 길을 가고 있다가 강가에 도착했습니다. 그 강가에는 한 여인이 물이 깊어 강을 건널 수 없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큰스님이 여인을 업어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두 스님은 다시 길을 한참 걷다가 동자 스님이 비난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여자를 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여인를 업어 건너게 해주었으니, 그것은 승려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계율을 파괴 한 것 이었습니다.”

 

여성를 업어 건너게 해주었던 큰스님은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미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그대는 내가 강을 건너며 내려놓은 그 여인을 아직도 업고 있단 말인가!”라고 대답했습니다.

 

단지 큰스님께서는 물에 빠진 여인을 건져 준 것 일 뿐. 마음에 남겨둔 것이 없으나 동자승은 지난 과거에 집착하여, 아직도 계율에 매여 화가 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무심이 바로 도(道)라고 합니다. 욕망이 없이 행동하는 사람의 행위는 욕망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의 행위보다 더 훌륭한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벽암록에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절정의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지금여기에서 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 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생각을 멈추면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은 시간을 벗어나 있는 영원한 순간입니다. 어떤 생각도 노력도 그치고, 고요한 침묵으로 알아 차림하면, 온전히 지금여기에 머물러, 지복이 풍만하여 자유롭게 될 것입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