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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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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호국불교의 흔적

문정용 2022-03-02 15:41:00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집을 떠나 출가하여 삭발염의하고 사는 스님들에게 세상 사람들은 의문스러운 것이 많은 모양입니다. 하기사 세상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거꾸로 사는 삶이니 그럴 법하다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님들의 생활이 궁금하여 흔히 묻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스님도 군대에 가느냐? 하는 것인데, 저는 두 가지로 답을 해줍니다. 
‘군대 가는 스님이 있고 안 가는 스님이 있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고 출가한 스님은 군대 가야 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출가한 스님은 군대 가지 않는다.’ 
법령에 의거하여 국민이 의무적으로 군에 복무하여야 하는 제도로 인해 너무나 뻔한 대답이지만, 실제로 제가 많이 받았던 질문이었고, 오늘은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나라를 위하는 호국불교에 대한 내용을 짚어 보고 싶습니다.

불교가 한반도에 도입되면서 불교는 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특히 <인왕반야바라밀경>의 호국품에 근거하여 부처님이 나라를 튼튼하게 지키는 방도를 설해주시면서 ‘내치와 외치에 있어서 정법을 가지고 인과의 이치를 바르게 알고 믿어 지혜를 닦아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씀하신 데서 호국불교 전통의 근원이 되었다고 봅니다.

신라의 이차돈은 ‘자신의 죽음은 임금을 위한 신하의 도리요, 이로써 불교가 공인되어 불교 정신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면 나라가 태평하고 임금이 편안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순교함으로서 호국불교 사상이 더욱 확고해집니다.

이후로 신라에서는 나라를 위한 불교행사로 팔관회가 열리고 <인왕경>을 강설하는 백고좌법회가 생기게 되며, 인재를 등용하여 화랑도를 육성하고 그들의 교육지침으로 원광스님의 세속오계가 주어졌으며, 자장스님은 불국토 사상을 역설하여 신라인의 국가사상을 고취시켜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선덕여왕 14년에는 자장스님 건의를 받아들여 황룡사에 9층 탑을 세워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가 제압을 발원했으며, 문무왕 때는 신혜스님이 중앙 관직에 등용되고, 명랑스님의 사천왕사 건립과 문두루비법도 모두가 나라를 위하는 호국불교 사상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신라에서 확립된 호국불교 사상은 계속 이어지는데, 고려 고종 23년에 펼친 판각 사업의 <고려대장경>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호국불사였으며, 조선시대에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계의 탄압이 극에 달했지만, 불교계는 나라의 위태로움을 방관하지 않고 임진왜란 때 분연히 일어섰던 서산스님과 사명스님을 위시한 의승군이 활약하였고 스님들에 의해 남한산성이 축조되는 등 나라를 위한 불교계의 공로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3.1만세 운동에 한용운스님과 백용성스님이 민족대표 33인에 참여하여 나라를 위한 호국불교 정신은 현대까지 계승되어 왔는데, 이는 다른 불교국가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한국불교 특유의 불교사상이 되었습니다.

나라가 평안하지 못하고 국민들이 불안하면 불교적 수행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불교계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님들은 나라가 위태로우면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바쳐 나라 지키는 일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나라를 잃었던 일제 강점기 때, 일제에 의한 대처승제도로 청정한 스님들이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고,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북한 땅에서는 아예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어졌습니다.

1919년 4월 3일자 매일신보에 대구 동화사 학승 10여 명이 반월당 보현사에서 3.1 만세운동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른 기사가 실렸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3월이 되면 대구 반월당 보현사에서 그 스님들을 추모하는 추모식이 봉행되는 일은 대단히 반가운 일입니다.

국가와 국민의 소중함을 잘 아는 불교계는 출가했다고 해서 스님들이 나라와 국민을 외면하지 않았고, 이렇게 지켜온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을 몇몇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자가 있다면 철저하게 배척해야 할 것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일에 불교계의 역할이 절실한 때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