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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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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진정한 화합의 길 만장일치제

문정용 2022-02-18 09:27:30

혜문스님.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출가 수행집단인 승가는 화합하며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스님을 일러 ‘중(衆)’이라고도 칭하는데, 이는 ‘화합을 잘한다’는 의미가 들어있고, 이들이 4인 이상 모였을 때를 ‘대중(大衆)’이라고 하였으며,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을 지칭하는 ‘군중(群衆)’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이런 수행승들이 모여 사는 승가에서 의사를 결정할 때는 만장일치(滿場一致)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한 사람이라도 다수에 의해 소외당하여 궁극의 목적인 깨달음에 장애를 주지 않으려는 큰 자비심이 깔려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장일치제를 현실에 적용시키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하며, 가끔씩 언론에 만장일치로 의결되었다고 보도 되는 사례는 있으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대방의 반대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한쪽만의 만장일치를 보도하기 때문에 그 의결은만장일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여 군대 같은 집단에서 만장일치제가 시행된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런 집단은 명령에 의한 강제성을 띤 집단행동 체이기 때문에 개인의 자율성이 억압되어 역시 완전한 만장일치 의결이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예로부터 승가의 법도는 군대 집단보다 더 엄격한 규율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단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생사를 걸고 깨달음을 위해 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출가자는 깨달음이라는 단 하나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일치단결하기 쉬운 집단이어서 만장일치 의결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부처님 당시 때에 직계 제자들만 하더라도 약 1만여 명이 승가를 이루고 살았을 거라고 추정하는 데,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의견 충돌을 어떻게 조율하여 만장일치를 이끌어 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한국불교계의 수행전문도량 문경 봉암사에서 수행 정진하던 때를 추억하며 실제 100명의 대중이 생활하는 그때를 가정하여 만장일치제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봉암사에서는 안거 수행 기간 3개월 가운데 절반 날에 해당하는 때, 삭발 목욕을 하고 단체로 산행을 하는 관례에 이견이 없지만, 막상 이 시기가 되면 참여 대중 100여 명으로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산행 장소와 점심 도시락 등을 두고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산행 장소를 희양산 정상으로 지목하면, 한쪽에서는 가벼운 계곡을 선택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되고, 현실적으로 두 쪽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때 지도자인 입승 스님의 설득력과 지도력이 필요하게 되고, 희양산 정상을 고집하는 젊은 스님 쪽과 완만한 계곡 길을 선호하는 쪽을 둘로 나누어 각자 산행하도록 하여 모두를 만족시킵니다.

 

산행에 강제성은 없기 때문에 그냥 쉬고 싶다는 쪽도 있다면 쉬도록 배려하니, 비록 세 쪽으로 나뉘었지만 모두가 만족하여 100여 명 대중에게 산행이라고 하는 의견에 만장일치가 성사되는 것입니다.

점심거리 또한 김밥이든 주먹밥이든 원하는 요구를 충족하게 해 주어서 만장일치제가 제대로 시행되는 셈이지요.

 

산행을 마치고 수행 일상으로 돌아와 큰 방에 다 함께 모여 수행 정진에 임하면 만장일치제는 훌륭하게 마무리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승가 지도자는 기꺼이 자리를 내어놓는 법이며, 이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과 투쟁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데, 이는 각자가 개별적인 욕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허나, 정권을 잡기 위해 결성된 정당이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단체는 항상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염두에 두기 때문에 양보나 배려를 통한 만장일치의 진정한 화합을 만들어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선이라는 나라의 큰일을 앞두고 정당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리저리 이합집산을 하겠다고 들썩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선은 국민의 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을 모시는 왕머슴을 뽑는 일이니만치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우선시하지 않는 대선주자는 과감하게 지금이라도 대통령직을 양보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