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善眞)입니다.

오늘은 자세히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라는 제목으로 마음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간의 관계에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만큼 중요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타인에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가 듣고 싶은 말과 알고 싶어 하는 말만 들으려 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안 듣는 사람의 유형은 내가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식이 많고, 힘 있고 강한 위치에 있을수록 자아 우월 의식으로 더욱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잘 듣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들 또한 자신들과 의견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 하고는 타협이나 의논을 할 줄 모르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주위의 조언이나 간언을 무시하는 경향으로, 건성으로 자세히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고 지나쳐 버리기 쉽습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란 의미가 되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는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칼 로저스는 상담 심리의 70%는 듣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 해결하는 것 보다 잘 들어 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잘 경청 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자세히 귀 기울려 잘 듣는 다는 것은, 나도 없고 남도 없는 완전한 고요함입니다. 고요함은 어떠한 견해, 믿음, 관념, 판단, 경험 너머의 상태입니다.

누구와 어떤 말을 얼마만큼 자세히 잘 듣고 사느냐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그 자체가, 그 사람의 일생 사는 본래모습이고 소통방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불교 용어로 이근원통(耳根圓通)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깥소리에 귀를 기우려 듣고 바깥 소리가 자기 내면의 소리와 하나가 되도록 지극하게 귀를 기울이다보면 마침내 귀가 활짝 열리게 되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육조 혜능 대사도 금강경 구절을 듣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었고, 경허스님도 콧구멍 없다는 소 소리에, 서산대사도 닭 울음소리 듣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옛 선지식들은 염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뱃노래소리, 개짓는 소리, 아이 울음소리, 상여 나가는 소리, 싸움하는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소리 들음을 밖으로 따를 때는 소리를 쫓고, 빛을 따르게 되어 듣는 것이 소리를 뛰어넘지 못하지만, 안으로 돌이켜 자성을 관하게 되어 소리나 빛을 뒤쫓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들으면, 바로 본래면목 비춤만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을 귀를 기울이고 자세히 들으면, 말들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고 상대가 끊어져 존재하는 하나의 현존 뿐 입니다.

세상에는 지성은 많으나 영성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순간순간 들려오는 소리를 잘 듣지 않고 알아차림 하지 못한다면, 바깥으로 치닫는 마음은 쉬지 않고 대상에 집착하여,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스스로 갇혀 지금 이 순간에 존재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소리를 자세히 듣고 바로 심성을 비추게 하면, 자기를 단번에 볼 수 있는 알아차림, 참 나의 빛 속에서 나와 너, 마음과 대상 모든 분리가 사라질 것입니다.

바로 듣는 이것이 참된 나 절대 하나 자리인 본래면목입니다.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귀 기울여 정확히 듣고 그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자리를 찾는다면 자기 자신과 함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나누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보현암 주지 선진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2022년 2월 9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