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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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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부처님의 장광설(長廣舌)

문정용 2022-01-19 14:11:09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중생의 삶은 신ᐧ구ᐧ의라는 세 가지 업과 더불어 살며 오늘도 구업을 쌓습니다. 불교계에서도 각종 의식을 진행할 때, 첫 번째로 <천수경>을 독송하면서 가장 먼저 구업을 맑히는 <정구업진언>으로 시작하고 있으니, 불교에서는 입으로써 짓는 구업을 그만큼 중요시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부처님께서 탄생선언으로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라고 외치셨고, 이 첫마디 말씀을 시작으로 오늘날 광대한 8만 4천 법문이 부처님의 그 입으로부터 쏟아져 나왔습니다.
부처님의 이런 자발적 탄생선언에 비해, 바이블이라는 책은 ‘태초에 여호와가 있어서 명령적 첫마디로 천지를 창조했다’는 기록과 비교되어 흥미롭습니다.

 

어쨌든 말이라는 것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고,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이 분명하니 제대로 잘 말해야 할 것이고, 이 지구상에 왔다 간 사람들 가운데 올바른 말씀을 가장 잘하신 분을 꼽으라면, 횡으로 설하고 종으로 설해도 이치에 어긋남이 없다는 뜻인 횡설수설의 달인 부처님이셨다고 단언하여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횡설수설(橫說竪說)에 맞먹는 용어로 ‘장광설(長廣舌)’이 있는데, 이 ‘장광설’의 ‘설’자는 ‘말한다’는 뜻의 말씀 ‘설(說)’자가 아니라, 혀 ‘설(舌)’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장광설’은 요즘 흔히 알려진 대로 ‘쓸데없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처님의 신체적 조건에 해당하는 32상 가운데 하나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부처님께서는 32가지의 아주 좋은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계시는데, ‘귀는 길어서 어깨에 닿고, 미간에는 백호가 있으며, 일어서서 팔을 늘어뜨리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온다’는 등등의 신체적 특징 가운데 하나인, 말을 하는 입속의 혀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부처님의 혀를 설명하면서, 혀의 길이가 길어서 혀를 내밀면 코끝을 지나고 심지어는 이마에까지 닿을 정도였다는 것을 지칭하는 비유적 용어가 바로 ‘장광설’입니다.


이런 ‘장광설’의 혀를 가진 부처님의 말씀은 거침이 없고 어떤 말씀을 어느 누구에게 하더라도 논리정연한 표현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로 ‘언출여전(言出如箭) 불가경발(不可輕發) 일입인이(一入人耳) 유력난발(有力難拔)’이라고 하여, ‘말을 한다는 것은 화살을 쏘는 것과 같으니 마땅히 가려서 하라, 한 번 사람의 귀에 들어가 박히면 어떤 힘으로도 뽑아내기 어렵다’라는 글이 있는데, 이 문구를 부정적인 표현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해석을 하자는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부처님의 장광설로 횡설수설하시는 진리의 말씀을 장황하게 설명하여 한 번 사람의 귀에 들어가 박히면 어떤 사견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면 얼마든지 쏟아내도 좋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말은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하여 ‘재앙의 문’이라고도 하였고, ‘말 한마디 잘함으로써 천냥의 빚을 갚는다’고 하는 말이 지금도 통용되고 있으니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요즘에는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전 국민들이 요동치는 시국이고, 어떤 모임에서 코로나 방역지침을 언급하며 말로 따지고 들면 먼저 꼬리를 내려야 하고, 대선 운운하며 말 한마디 했다 하면 어디선가 벌떼같이 달려들어 온갖 논리들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광분하기 일쑵니다.

 

제가 시사칼럼을 방송하면서 잘못된 말로 공격당할 부분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허나 저는 개인적인 이익을 탐하지 않는 말을 하고자 하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저의 잘 잘못을 따지고 드는 분이 계신다면, 저는 그분께 저의 무지와 부덕을 인정하며 다시 더 지혜롭게 나아가겠다고 말씀드릴 것입니다.

출가승으로서 시사칼럼이라는 방송을 전제로 몇 마디 저의 소견을 전달해 드리는 아침 시간이지만, 저의 혀는 ‘장광설’도 아니고 부처님처럼 ‘횡설수설’하지도 못합니다.

다만, 생활 속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분들께서는 세 치 혀를 잘못 사용하여 발설지옥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