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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영식교수 아침칼럼] 팔공산 동봉 마애석조입상의 참모습 상세보기

[최영식교수 아침칼럼] 팔공산 동봉 마애석조입상의 참모습

정민지 2022-01-14 10:34:09

 

안녕하십니까. 대구한의대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입니다. 

임인년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오늘은 대구 팔공산 동봉 마애석조입상의 참모습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982년 팔공산문화유적조사를 인연으로 팔공산 동봉 100회 등정 계획을 결심하게 되었고, 20년이 지난 2002년 마침내 팔공산 동봉 100회 등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20년간 동봉을 오르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생각나는 것은, 어느 날 정상 가까이 다다랐을 때 8순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혼자서 기어 오르다시피 힘들게 산에 오르고 계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입니다.

 순간 저는 할머니 손을 잡고 도와주려 하였으나 할머니는 바로 제 손을 뿌리치셨습니다. 

할머니는 동봉 정상 석조마애입상에 기도하러 가시는 중이었습니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 단호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걱정 말고 가는길 가시오."

 

"가는길 가시오.”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때 제 나이 갓 서른이었습니다.

 

 팔공산 동봉 정상에는 석조마애입상이 자연석을 광배 삼아 자비로운 듯 무심한 얼굴로 발아래 절하는 보살을 바라볼 뿐 천년을 그렇게 대구분지를 내려다보며 그 자리를 지켜온 마애불입니다.

 힘이들어도 부처님이 그 자리에 여여 하실진대 어찌 그를 향한 걸음을 멈출 수 있겠습니까.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랐습니다. 

서너 발자국 떼고 나면 가쁜 숨을 주체할 길 없었으니 할머니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였습니다.

 

 도대체 산이란 무엇인지. 

그 산정에 새겨진 마애불은 또 무엇인지. 

산은 이 땅에 불법이 펼쳐지고 부처님이 조성되기 전부터 이 땅에 살아가던 사람들에게는 신(神)과 같은 존재였고, 천 년 전의 그 산은 지금도 그대로 산입니다.

 

 더구나 팔공산은 신라 오악 중 중악이었으며 공산이라 불리던 신성한 산이었습니다. 

또한 산마루에 두 구의 부처님이 바위에 새겨져 있으니 어찌 한 걸음 내 딛기 힘들다며 정상에 오르는 것을 마다하겠습니까. 

이렇게 할머니는 숨을 고르며 절규하였습니다.

 

 숨을 고르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면 동봉과 팔공산의 정상인 비로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입니다. 오른쪽 동봉에는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고, 왼쪽 비로봉 아래에는 마애약사여래좌상이 계시지만 어느 곳을 먼저 갈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참배객들 대부분은 동봉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산정의 야트막한 숲을 빠져나가면 산은 민머리를 드러내고 마치 거석(巨石) 신앙의 대상처럼 큰 바위 하나가 우뚝 서 있고, 부처님은 바로 그곳에 서 계십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동봉에서 다시 부처님 앞으로 나오니 기도하는 할머니가 연신 무릎을 굽히고 몸을 숙여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행여 할머니에게 방해가 될까, 저는 먼 곳에서 부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팔공산 동봉석조마애입상 부처님의 하반신은 상반신에 비해 굵게 표현되어 있으며 아래로 늘어뜨려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오른손이 지나치다 싶도록 크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앙각 표현방식 때문입니다. 

앙각은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것을 말하는데, 짧은 다리도 길어 보이고 위 보다는 아래가 넓어 보입니다. 

이렇게 바라보는 사람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합니다.  

바로 발밑을 보는 듯 아래를 보고 있는 시선은 부처님 아래 우러르는 참배자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입니다.

 

 마애불을 조성할 당시 석공이 전체를 가늠하며 부처님의 모습을 바라본 장소가 지금의 참배자들이 절을 하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그러니 여느 곳의 부처님과는 달리 대구 팔공산 동봉의 마애석조입상은 바로 부처님 코밑으로 다가들어 가야지만 그 참 모습을 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대구 팔공산 동봉마애석조입상의 참모습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아침세상 아침칼럼

■ 대구한의대 한문화연구소 최영식 교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2022년 1월 14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