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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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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천사는 어떤 존재인가?

문정용 2022-01-06 13:26:01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고스란히 담긴 경전의 방대함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선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규모만을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경판 하나의 한 줄에 14자씩 총 23줄 정도로 이루어져 있으니, 경판 한 면에 새겨진 글자의 수는 322자이고, 양면이니 총 644자가 되는 셈이며, 경판 수가 무려 8만 1350십 여장으로 발표되었으니 전체 글자 수는 5239만 여자가 되는 셈이지요.
 
이 수치는 ‘한 사람이 매일 8시간씩 읽어서 30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분량이라는 것인데, 이런 수치는 어느 정도 오차가 있겠지만, 이처럼 방대한 양이다 보니, 그 내용에 있어서 현재까지 사용되어 오는 수많은 의미의 용어들이 부처님의 경전에 대부분 담겨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그 가운데 요즘 우리들에게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을 가진 용어가 있어서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흔히 천사(天使)라고 하면 창조신을 믿는 이웃 종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써 ‘하늘나라에서 인간계에 파견되어 신과 인간의 중간쯤에서 중개를 맡고,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며, 인간의 기원을 신에게 전달해 준다.’는 전령사 정도로 알고 있지만, 이 용어는 원래 불교에서 써오던 용어였습니다.
물론 요즘은 ‘마음씨 곱고 선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이고 있지요.

천사라는 말은 《중아함경 왕상응품 천사의 경》에 그 기록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천사의 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불선업을 짓고 성인을 비방하고 사견에 빠지면 그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나쁜 곳인 지옥에 태어나게 되고, 반대로 선업을 쌓고 성인을 찬탄하며 정견업을 성취하면, 그 중생은 이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틀림없이 천상 세계에 올라가서 태어날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때, 염라대왕이 다스리고 있는 지옥으로 간 악업을 지은 중생은 염라대왕의 심문을 받게 된다고 말씀하시는 데,
염라대왕이 지옥에 온 중생에게 묻기를, ‘그대는 내가 보낸 첫째 천사를 만나지 못하였는가? 어찌하여 악업을 짓고 이런 지옥에 오게 되었단 말인가?’ 하니, ‘염라대왕이시여! 저는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언제 보내셨단 말씀입니까?’

‘그대는 일찍이 어떤 마을에서 남자아이나 여자아이가 태어나 몸이 여리고 약하여 자기가 싸놓은 똥오줌 위에서 뒹굴어도 울기만 하고 말도 못하였는데, 그 부모가 나서서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돌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단 말이냐?’
그제서야 ‘보았노라고 대답하자’, ‘내가 보낸 부모라는 천사를 보고도 효도할 생각을 내지 못하고 불효하여 지옥에 오게 되었으니, 그 죄의 과보는 그대가 받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보낸 천사는 힘없는 노인이었으며, 세 번째 천사는 병고에 시달리는 병자였고, 네 번째 천사는 죽어 시체가 되어 썩어가는 모습의 천사였으며, 다섯 번째 천사는 나라에 죄를 짓고 온갖 고문을 당하는 죄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인간의 삶인 생노병사의 모습과 삶의 실상을 다섯 천사를 통해 보여주면서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 되돌아보게 하는 멋진 비유의 가르침이었습니다.
티벳트 속담에 ‘내생은 내일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한답니다.

우리는 내생이 멀리 있다고 여기며 부모에게 불효하고, 노인을 무시하며, 병자를 외면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선업을 짓는 대신 온갖 범죄를 저지르다가 내일이 오기 전에 죽음을 맞이하여, 저세상에 가서는 지옥의 갖은 고초를 겪게 되는 과정을 염라대왕이 천사를 우리 곁에 보내 어떻게 살아야 함을 깨우쳐주고 있는 《천사의 경》에 있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必有我師)라고 했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뜻인데, 요즘 정치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대선주자들은 지옥을 다스리는 염라대왕이 보내 주신 ‘전직 대통령들’이라는 천사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는 말입니다.
불교가 사용한 천사는 바로 우리 곁에서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의미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