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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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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식교수 아침칼럼] 사찰벽화와 솔거 흔적 찾기

정민지 2022-01-03 09:28:52

안녕하십니까. 대구한의대학교 한문화건축연구소 최영식교수입니다. 오늘은 사찰벽화와 신화 솔거 찾기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찰 건물에는 내부와 외부에 각종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사찰벽화는 단순한 장엄의 의미 외에도 사찰 창건 설화나 각종 교리 등을 그림으로 표현한 일종의 ‘그림 경전’ 으로서 불교의 사상과 이념을 표현하여 이를 통해 중생들을 교화하고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는 목적도 있습니다.

 얼마전 문화재수리보수공사를 앞둔 보물 제1120호인 경상남도 양산 신흥사 대광전과, 보물 제146호인 경상남도 창녕 관룡사 약사전에 기술지도차 다녀왔습니다.

 경상남도 양산 영취산에 있는 신흥사는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로, 신흥사 대광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계건물로 겹처마에 맞배지붕을 한 단층 건물입니다. 1988년 부분 해체 보수할 때 종도리 바닥에서 나온 ‘순치십사년사월십칠일기(順治十四年四月十七日記)’라고 쓰인 묵서명의 상량기가 발견되어 건립연대가 조선 제17대 국왕 효종 8년 1657년에 건립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비로자나불을 봉안하고 있는 신흥사 대광전에는 내부 좌우 측면벽과 전후 포벽에 17세기 중엽의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고주 머리 부분에 그려진 32채의 여래상은 그 유례가 없고 화풍과 필치도 뛰어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으며, 관음삼존벽화는 관음보살이 물병 대신 광주리에 든 물고기를 들고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신흥사 대광전 벽화는 건물 내외벽과 포벽에 그려진 별화 등 50여점으로 후불벽 뒷면까지 빈 공간 없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건물이 맞배지붕이어서 동서벽면이 매우 넓은데 이에 걸맞게 넓은 벽면에 그려진 대형 불 보살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위용이 느껴집니다. 

 동측 벽면 중앙 윗부분에는 앉은 자세의 약사삼존도, 좌우 평주와 창방 위에는 여래도와 팔상도, 왼쪽 끝 창방 아래 벽에는 아수라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서측 벽면 중앙부에는 제일 윗부분에는 앉은 자세의 아미타삼존도, 중간부에는 여섯구의 보살도, 하단부에는 사천왕도를 그려 놓았고, 그 좌우측에는 여래도와 팔상도 그리고 신중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단 뒤 후불벽 뒷면에는 검은 바탕에 백색 안료로 좌상의 관음을 중심으로 좌우에 입상의 관음을 묘사한 대형 ‘선묘 삼관음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통도사 말사인 창녕 관룡산에 있는 관룡사에 보물 제146호 약사전은 몇 안되는 조선 전기건축으로, 정면 1칸 측면 1칸의 자그마한 주심포계 박공지붕 단층 건물인데, 건물 안에는 석조약사여래를 모시고 있습니다. 특히 이 건물의 배면 뒷벽에는 벽면 전체에 색 바랜 대형 노송도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끕니다.  

 오래전부터 신라시대 신화로 불렸던 솔거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찰벽화에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지라 관룡사 약사전 배면에 그려진 색 바랜 노송도가 저의 눈에는 예사롭지 않게 보였습니다. 

 평소 솔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터라 얼마 전 경주솔거미술관에 기대를 하고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실망만 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경주엑스포공원 내 아평지 연못 인근에 있는 경주솔거미술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 건물로 2012년 건축가 승효상 씨가 설계하고 재단법인문화엑스포가 주도하여 건립한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한 최초의 공립미술관입니다. 

 그런데 미술관에 들어서면서 솔거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으나 기대감은 바로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경주솔거미술관 1층에 배치된 전시관 1,2,3은 모두 박대성 전시관 1,2,3이었고, 2층에 있는 전시관 4,5실 마저도 박대성 전시관 4,5로 표시되어 있어, 그야말로 솔거미술관 어디에도 솔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올해 77세로 생존해 계신 소산 박대성 화백은, 수묵으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이룩한 화가이십니다.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서 졸지에 부모를 잃고 자신도 팔 한쪽을 잃고, 살을 깎는 노력으로 일어선 이 시대의 화가이십니다. 그는 붓글씨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서화일체를 실현한 화가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대성 화백은 1990년대 이래 현재 경주 남산자락에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온통 박화백 작품 전시장으로 꾸며진 한국 최초 공립미술관인 경주솔거미술관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바라건데 솔거라는 이름에 걸맞게 박화백 작품은 오히려 기획전시실로 꾸미고 비록 유작은 남아있지 않지만 신라시대의 신화 솔거의 자료실로 충만된 공립 경주솔거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사찰벽화와 신화 솔거 찾기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아침세상 아침칼럼

■ 대구한의대 한문화연구소 최영식 교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2021년 12월 31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