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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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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두루뭉술이가 되지는 말아야지

문정용 2021-12-08 17:03:02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항간에 쓰는 말로 ‘두루뭉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리뭉실’이라고 변형되어 쓰이기도 하는 말인데,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사람이나 사물이 모난 데는 없으나 아주 둥글지도 않다’는 뜻이며, 기본의미로는 ‘말이나 행동 따위가 맺고 끊음이 분명하지 못하다’는 말로 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루뭉술’이가 부처님 경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인데, 부처님 당시에 많은 재물을 축적한 장자가 있었고, 딸은 다섯이나 두었지만 아들이 없었으며, 아들이 없으면 아버지가 죽은 뒤에 모든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국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모든 재산이 국가로 귀속될 위기에 처했는데, 마침 어머니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딸들은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재산 정리를 미루어 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그 나라 왕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드디어 여섯 번째 아이가 태어났는데, 태어난 아들이 바로 ‘두루뭉술’이 였던 것입니다.

이 아들로 인해 재산은 지켜지게 되었으며, 그 후 딸들은 결혼하여 하나같이 남편 모시기에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남다르게 눈에 띄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이웃집 사람들은 너무나 신기하여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매우 궁금하여 부처님을 찾아가 그 사연을 여쭙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집안에 아들로 ‘두루뭉술’이가 태어나게 된 인연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랜 옛적에 장자 형제가 있었다.
형은 정직하고 진실했으며, 항상 보시하기를 즐겨하였기 때문에, 그 나라 왕은 형을 판관으로 지명했고, 사람들끼리 송사가 생겼을 때 시비곡직(是非曲直)을 판단하는 데, 그의 판결을 어떤 증서보다도 더 신뢰하게 되었다.   
어느 날 이웃집 사람이 동생에게 돈을 빌려 장사를 떠나게 되었는데, 동생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판관인 형님 앞에 나아가 이 사실을 증명해주고, 동생인 내가 죽었을 때는 내 어린 아들이 빌려 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이웃집 사람은 많은 돈을 벌어 집으로 돌아왔지만, 동생이 죽고 없었기에 슬그머니 욕심이 생겨 돈을 갚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그 사람은 형의 아내를 찾아가 값비싼 보석을 내보이며 ‘돈을 빌린 사실이 없다’고 증언해 줄 것을 부탁하게 되었다.
번번이 거절당했지만 그럴 때마다 더 값진 보석을 가지고 가서 청탁을 했고, 마침내 형의 아내는 보석에 눈이 멀어 남편에게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가 죽어버리겠다’고 생떼를 쓰자, 판관인 형은 할 수 없이 ‘동생에게 돈을 빌려 간 사실을 보지도 않았고, 듣지도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다.’며 손짓발짓을 써가면서 거짓 증언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동생의 어린 아들은 그 억울함을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형인 장자가 죽어 그대들이 묻는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거짓 증언의 과보로 ‘눈은 있으나 눈알이 없고, 귀는 있으나 구멍뿐이고, 입은 있으나 혀가 없으며, 손발은 달렸으나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두루뭉술’이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남근이 분명하게 달려있으므로 아들임이 증명되어 그 많은 재산을 나라에 바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두루뭉술’이라는 큰 장애를 가졌지만, 평소에 보시하기를 즐겼기 때문에 그 많은 재산의 주인이 될 수 있었고, 딸들은 남근이 있는 아들의 소중함을 알았기에 남편 모시기에 온 정성을 다하게 된 것이니라.

이 사연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현우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거짓 증언의 과보가 ‘두루뭉술’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는 과정을 일깨워주고 있는 섬뜻한 내용입니다.

의도된 신구의로 인해 세 가지 업이 형성되고, 형성된 업은 그 상황과 어우러져 결과를 만들어 가면서 우리의 삶은 이어지는데, 요즘 대선주자들이 청와대에 입성하고자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행동과 말과 의도의 결과가 ‘두루뭉술’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