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문화재위원 최영식입니다. 

오늘은 보물 제790호 영천은해사 백흥암 극락전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백흥암 극락전은 40년 가까이 지난 1983년 여름 정밀실측을 하기 위하여 문화재전문위원이었던 당시 제가 한달 가까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합니다.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은해사  백흥암은 신라말에 지은 것으로 전합니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신라시대 고승 혜철국사가 1160년 전인 서기 861년 신라 제48대 경문왕 1년에 착공해서 12년 뒤인 873년 경문왕 12년에 완공했다는 천년고찰 영천 은해사 백흥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본사 은해사 산내암자로, 그 뒤 1546년 조선 제13대 국왕 명종 1년 때 백흥암으로 개칭하였고, 1651년 조선 제17대 국왕 효종 2년 때 중건하였으며, 1677년 조선 제19대 국왕 숙종 3년 때 중수하였습니다. 1730년 조선 제21대 영조 6년에는 백흥암 정면에 있는 중층건물 문루인 보화루를 중건하였고, 1858년 조선 제25대 철종 9년에는 영산전을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는 비구니스님 수행도량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으로, 규모도 암자로서는 매우 큰 편입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극락전(極樂殿)을 중심으로 영산전·명부전·보화루·산신각·선실(禪室)·원주실·요사 등이 있습니다.   

창건 당시 백흥암 주위에 잣나무가 많아 잣나무 ‘백(柏)’자에 아름다울 ‘지(旨)’자와 절 ‘사(寺)’를 쓰서 백지사(柏旨寺)라고 불렸던 이곳은 475년 전인 1546년 조선 제13대 국왕 명종 1년에 백흥암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520년 조선 제11대 국왕 중종 15년 때, 왕세자 태(胎)를 봉안하면서부터 조선의 수호사찰로 정해졌던 백흥암은 수백 명이 넘는 사부대중이 머물렀다고 합니다.

특히 백흥암에는 보물 제790호 극락전과 보물 제486호 극락전 수미단이 유명합니다.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아미타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극락전은 정면 세칸 약 10m, 측면 세 칸 약 7m의 다포식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기단 위에 자연석 주춧돌을 깔고 그 위에 원형 두리기둥을 세우고 주두위에 주심포를 놓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주간포를 놓은 다포양식 내외 3출목, 칠포작으로 꾸민 건물입니다. 

백흥암 극락전 내부 천장은 가운데가 높고 주변이 낮아 층단을 이루고 있는 조선 초기의 건축수법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극락전 안에 봉안된 불단인 수미단은 우리나라 현존 사찰의 불단 중 장식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미단의 장식 문양들이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풍부해서 요즘 짓는 신축 사찰의 불단 장식 문양의 설계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극락전 벽면에 그려져 있는 ‘석가오존도’ 벽화 역시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눈여겨 볼만한 빼어난 작품입니다. 

이 석가오존도는 가로로 긴 벽면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석가삼존과 이들 사이에 표현한 가섭존자와 아난존자, 그리고 본존 머리 좌우로 구금을 타고 날아오는 타방불들이 묘사돼 있습니다. 

각 존상들은 모두 구름을 타고 있는 모습인데, 각기 신체의 뒷면에는 길게 이어지는 구름이 마치 꼬리처럼 표현돼 있습니다. 

구름과 옷 주름의 도식적인 표현과 탁한 색감 등으로 미루어 18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법화경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을 할 때, 미간 백호에서 팔만사천광명을 비워 광명이 미치는 여섯 대지의 실상을 드러내 보이자, 그 광명을 본 여섯 대지의 불보살이 석가모니께서 무진설법을 하시는 것을 알아차리고 환희심에 눈 깜짝할 사이 수천의 권속을 데리고 와 나뭇가지에 앉아 설법을 듣는다”는 바로 그 장면을 형상화하여 묘사한 것입니다.

이밖에도 백흥암 극락전 내부에는 금단청을 해놓았는데, 금단청의 금자는 쇠 ‘금(金)’자가 아닌 비단 ‘금(錦)’자를 씁니다. 오늘은 영천은해사 백흥암 극락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아침세상 아침칼럼

■ 대구한의대 한문화연구소 최영식 교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2021년 11월 19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