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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無知보다 더 위험한 一知 상세보기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無知보다 더 위험한 一知

문정용 2021-11-10 15:59:32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해마다 11월이 오면 저에게는 잊지 못하는 날이 있는데, 바로 내일 11월 11일, 항간에서는 ‘빼빼로 데이’라고 하지만, 저는 ‘가래떡 날’이라고 하는 이날에 본 상락선원이 개원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어언 17년째를 맞이하게 된 상락선원의 개원을 되돌아 보니 저에게도 작은 계기가 있었음이 생각납니다.

당시 2004년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대한민국의 사찰문화가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 버킷 리스트에 올라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때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선원 수좌 생활 10년을 접고 어딘가에 정착하고 픈 생각이 들었는데, 현재 상락선원 신도회 회장님께서 당신이 사시던 수성구 파동에 위치한 작은 주택 2층을 법당으로 조성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내어 주셨던 것이 시발점이 되어 그해 11월 11일에 첫 개원법회를 봉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신라의 원효 성사께서 ‘원효가 한 번 다녀간 땅에서는 불교를 모르는 이가 없도록 하겠다’는 문구를 접한 것도 그 시절 쯤 이었고, ‘무소유’라는 책으로 시작되어 한국불교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법정 어른 스님께서 해인사 장경각의 불경판을 마치 빨래판으로 이해하시는 어느 불자님을 만나시고,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너무 무지함에 크게 놀라셔서 집필과 법문을 시작하셨다는 데에 큰 공감을 갖게 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한국불교계의 특성상 선원에서 수좌 생활을 하는 출가자는 최고로 대접받는 반열에 올라 있는 분위기여서 불교계의 심각한 어떤 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생활했던 때인지라, 정작 저자거리로 나와 시내에 터전을 잡고 생활하려니, 사찰 마당에서 땅 밟기를 해대고 법당의 불상이 훼손당하는 등, 불교계를 위협함이 감지되면서 스님으로서 활동에도 거슬리는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행정센터를 방문해도, 심지어 어느 마트에서 물품을 구입해도 관계자가 스님을 대하는 태도 가운데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의 원인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그들의 대다수가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는 이웃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스님을 대하는 태도가 심히 껄끄러웠던 것입니다.

이런 원인은 우리 불자님들이 불교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여 일어난 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저는 저자거리에서 제대로 된 포교와 전도의 뜻을 펼치고자 상락선원을 가꾸기 시작하였습니다.
 
때가 무르익어 2018년 9월에 파동에서의 활동을 접고, 남구 봉덕동 자리에 4층 건물을 마련하여 이주하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활발한 포교와 전도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엊그제 보도된 소식을 보면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이 유아들에게 ‘예배와 뱀, 그리고 지옥’이라는 단어를 주입 시키며, 특정 종교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는 점에 크게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도 그릇된 종교관의 주입은 사회적으로 무리를 일으키는 법이고, 차라리 모르는 무지(無知)가 낫지, 하나만 아는 일지(一知)는 걷잡을 수 없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사회적 정설입니다.

불교에서는 무지와 일지를 넘어 다방면으로 지식을 쌓아 이해하는 다지(多知)를 지향하여, 나와 달랐을 경우, 상대가 틀렸다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단지 다름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불화가 생겨나지 않고 얼마든지 화합하며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포교와 전도 활동의 길을 걸어왔습니다만 갈 길이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때마침 BBS 불교방송도 개국 25주 년이 되는 해인데, 그 개국일이 바로 11월 11일로 같은 날인지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부터 코로나의 혼란에서도 서서히 깨어나고 있으니, ‘깨침의 소리, 나눔의 기쁨’을 지향하는 불교방송과 함께, 상락선원 개원의 뜻을 담아 포교와 전도 활동에 다시금 박차를 기하고자 다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