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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결초보은은 못해도 배은망덕은 말아야.. 상세보기

[혜문 스님의 시사칼럼] 결초보은은 못해도 배은망덕은 말아야..

문정용 2021-10-27 16:17:31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역사에서 지난 1866년 병인년 고종 3년에 큰 혼란이 일어났던 사건을 병인양요(丙寅洋擾)라고 합니다.

병인양요는 대원군에 의해 프랑스 선교사가 죽임을 당했다는 이유로 로즈 제독이 이끄는 프랑스 함대가 조선을 침입해 일으킨 전쟁이고, 수많은 우리 문화재가 약탈당한 전쟁이기도 했습니다. 이 전쟁 당시에 주고받은 서신에서 천주교 선교사들이 죽임을 당하게 된 근거가 드러났습니다.

당시 조정은 훈련대장 이경하를 순무사로 삼았고, 프랑스군에 응전하면서 로즈 제독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너희들이 우리나라에 전교(傳敎)를 행하려 한다는데, 이는 더욱 안 될 일이다. 수레와 서책이 같지 않으며 각기 숭상하는 것이 따로 있으니, 정사곡직(正邪曲直)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학문을 숭상하고 너희는 너희의 학문을 행하는 것은 사람마다 각기 자기 조상을 조상으로 섬기는 것과 같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남에게 자기 조상을 버리고 남의 조상을 조상으로 섬기라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것으로 만약 죽음을 면할 수 있다면 하늘도 죽음을 면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이 내용으로 보아 천주교는 조선시대에 전혀 통용될 수 없었던 가르침을 전파하여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황사영의 백서사건(帛書事件)을 들 수 있는데, 중국 천진에 프랑스 주교가 와 있었고, 천주교도인 황사영은 중국에 밀사로 가다가 붙잡히게 되고, 속옷에 쓰여진 깨알 같은 글씨를 발견하게 되는데, 천주교도의 박해에 대한 경과와 천주교 재건을 위한 자신의 견해를 주교에게 전달하려고 하였던 내용입니다.

‘주교께서는 청나라 황제를 설득하여 군사 5만 명과 대포 50문을 보내주시면, 천주교 신자가 의주까지 마중 나갈 테고, 조선은 군사력이 형편없으니 하루아침에 때려 부셔서 천주교 국가에 조선을 귀속시키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으니, 대원군이 이를 보고 기가 막혀서 크게 진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보아 천주교인은 국가를 전복할 완전한 매국노였던 것입니다.

한편, ‘명성황후’라는 드라마를 보면 대원군이 사랑한 기생첩이 대원군 부인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부인이 기생첩에게 묻기를 ‘자네 지금도 천주학을 하는가?’ 하니, ‘대감께서 반대하시니 못합니다. 마님께서도 천주학을 하십니까?’라고 물으니 ‘나 역시 대감이 반대하시니 못하네’라는 대화 장면이 나옵니다.

천주교가 점조직으로 전파하여 많은 이들이 믿으니, 대원군이 말하기를 ‘제사(祭祀)만 거부하지 않으면 천주교를 공인해 주겠다’고 했으나, 천주교인은 ‘천주님 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하며 제사(祭祀) 지내기를 끝내 거부합니다.

조선이 유교 국가로서 제사를 거부하면 국가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고, 이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인지라 천주교도의 제거는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건으로 병인양요가 발발하는 등, 외세의 간섭이 빈번해지자 서양 오랑캐를 배척하자는 척화비(斥和碑)를 세우면서까지 서양인을 경계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대원군의 탄압을 피하여 산속 천진암으로 숨어든 천주교도들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스님들도 함께 처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이런 도량을 천주교도들은 천주교의 발상지라 칭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심지어 지자체까지 나서서 성역화 운운하고 있었으니,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기가 찰 노릇입니다.

다행히 반대 여론에 휩싸이고, 대한불교청년회가 발 벗고 나서는 등의 활동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했으나, 역사의 정통성이 흐려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입장인 듯 합니다.

천주교에서 천진암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자기들 성역화 가운데, 스님들의 희생을 기리는 흔적이라도 남겨야지, 말살로 일관한다면, 그 배은망덕함은 역사에 길이 남아 지울 수 없는 크나큰 부끄러움이 될 것입니다.
천주교 측에서는 심사숙고하시기를 권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