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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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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겨울방학 선행학습 과연 바람직한가

정민지 2023-12-12 09:10:56

▪︎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3년 12월 12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12월의 중순입니다.

고교 재학생들은 겨울방학 학습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계획 대부분이 과목별 선행학습인데요. 특히 수학, 과학 선행학습 계획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겨울방학 선행학습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얘기해 보는 시간 갖도록 합니다.
오늘도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다시 해묵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선행 학습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먼저 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선행학습이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라고 이렇게 단독직입적으로 질문을 하시면 답은 “어느 정도 덕을 보는 학생도 있고 못 보는 학생도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 말씀을 드리고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과도한 선행학습은 절대 다수의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에서 학생이 다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진도만 나가면 이해하지 못하고 성취감을 못 느끼고 재미가 없으니 결국은 포기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시골 출신이어서 어릴 때 정식으로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동네 형들이 가르쳐주는 개헤엄 이런 헤엄을 배웠습니다. 나이가 들고 난 뒤에 수영장에 갔는데 거기 가니 수영복 입고, 고무 모자 쓰고, 물안경을 착용하라 했습니다. 물에 들어가니 약품 냄새도 안 좋고 또 어릴 때 시골에서 배운 수영은 자유형이라도 머리를 물에 담그지 않고 그냥 들고 헤엄쳤기 때문에 고무 모자도 답답하고 해서 벗고 헤엄을 치니 수영장에 있던 분이 좀 보자고 해서 나갔습니다. 여기는 수경도 써야 하고 모자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영을 안 하고 왔는데 그날 저녁에 아내에게 물어보니 "사람들이 다 웃는 이유가 뭔지 알겠느냐, 그 폼이 수영 폼이 아니다" 라고 했습니다. 제가 수영 코치한테 "그러면 자세를 교정 받을까요? 나는 자유형, 평형, 배영 모든 걸 다 흉내를 낼 수 있으니 중급반 들어가면 되겠습니까?" 이러니까 수영 코치께서 "선생님 같은 분은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힘이 듭니다. 발차기부터 다시 해도 어렵습니다."

그게 바로 처음 배울 때 제대로 폼을 익히지 않으면 고치기가 어렵고, 고치려고 해도 완전한 폼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선행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나 풀이 요령 이런 데만 집중을 하면, 아는 문제는 빨리 풀 수 있지만,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적용하고 응용해야 하는 다른 유형의 문제에서는 자주 틀리는 경향이 많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선행학습으로 효과를 보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20%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천천히 제대로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 문제를 다시 새삼스럽게 끄집어내는 이유는 매년 선행학습, 조기 진도 이 문제에 대해서 수없이 이야기를 하지만, 해마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지난해 했던 패턴을 또 그대로 이어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부모님들께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선행학습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도 빨리 나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나라도 제대로 정확하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다.
많은 가정에서 겨울방학 때 보충수업 같은 것을 안 하는 학교가 많으니까 자녀들을 기숙학원 같은데 30일~40일 보냅니다. 6개월 또는 1년 공부해야 한 내용을 한 달 만에 압축해서 배우겠다는 의도에서 입니다. 압축 경제성장도 많은 부작용을 낳는데 공부는 그 이상입니다.
부모님께서는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니 따라간다 보다는 내 아이의 특성, 성향 이런 것도 파악하고, 또 아이와 많은 대화를 통해서 무엇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 점을 굉장히 심도 있게 논의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 어떤 형태의 보충학습을 택할 것인가를 고려하시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천천히 제대로 배워야 한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선행학습 붐은 부모님의 조급한 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녀를 위해서 부모님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되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같은 형제 자매라도 다 성향이 틀립니다. 학습 방법을 수용하고 적용하고 방법이 학생마다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방법으로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습니다. 또 어떤 시점에서 어떤 방법이 유행한다고 그대로 그것을 선택해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고는 부모님께서 기다려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반드시 명심하고 또 실천해야 될 최고의 덕목은 “기다려준다‘는 것입니다.
생활이 즐겁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는 부모님들이 조급하게 다그칠 때 늘 어떤 일에 대해서 학생 자신도 조급한 마음을 먹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수양을 하듯이 자신을 다잡으며 무엇을 계획하고 실천을 할 때 지켜보고 기다려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다음 평가하고 또 툭 털고 다시 시작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이게 실천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시훈 기자: 부모님 특히 어머니들이 자녀 양육에 아주 적극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되는데, 이렇게 극성인 이유와 또 이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미국 어느 브랜드 마케팅 연구소가 중산층 아줌마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아줌마라는 용어는 좀 듣기에는 혐오스러운 게 있기 때문에 엄마라고 고치겠습니다. “이제 엄마는 정보 수집의 주체이자 의사결정권자로 패밀리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가 됐다”라고 이야기 하며 엄마들은 남편의 월급에 의존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재테크에 나서며 본인 명의의 부동산과 동산을 가지고 주식 투자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 교육은 여전히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녀의 성적표가 부부의 행복지표이기 때문에 육아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다는 설문조사가 함께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특히 정보에 강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소비 감각이 있으며 자유롭게 사고하고 유행에 개의치 않으며 엉뚱하고 기발하며 일을 즐기고 여유가 있으며 매사에 적극적이고 돈이 많더라도 낭비하지 않는다는 중산층 엄마들이 많았습니다.

중산층이 생활에 있어서는 굉장히 검소하고 그러면서 가족의 경제관념에서는 적극적이고 그러면서도 자녀 교육에는 많은 투자를 합니다. 또 필요 이상의 열정을 가짐으로써 자녀를 힘들고 피곤하게 하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니들께서는 자녀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 시대의 흐름, 내 아이의 성향, 성격 이런 것들을 늘 연구하고 살펴보며 무엇이 가장 적절한가를 고민하는 생활을 하면 좋겠습니다.
유행을 따라 쭈르르 몰려다니는 것보다는 항상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고 되씹고 곱씹고 또 여러 가지를 살펴본 후에 뭔가 결행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면 자녀도 좀 더 행복할 것입니다. 아울러 가족의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좀 더 합리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정시훈 기자: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