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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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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공부에 회의적인 학생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

정민지 2023-11-28 10:31:18

▪︎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3년 11월 28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수능 시험이 끝나자 수험생은 수시 일정을 소화하면서 정시 대비 전략을 세우고 있고 앞으로 수능 시험을 쳐야 하는 학생들은 지금부터 겨울방학 학습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부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 때문에 공부를 꼭 잘 해야 하나 또는 대학에는 꼭 가야 하나 이런 문제들로 고민을 하곤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말로 부모님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데요.
이런 경우 부모님은 자녀들을 좀 설득할 수 있는 말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공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 보는 시간 갖도록 합니다.
오늘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를 꼭 해야 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다만 이런 질문을 하고 어떤 답을 찾을 것인가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한 얘기부터 좀 해주시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방금 말씀하신 대로 공부를 꼭 해야만 하나, 대학에 꼭 가야 하나, 이 문제는 지금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 세대들도 주기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좀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 세대는 어쨌든 공부를 통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지금 아이들보다는 훨씬 더 강하게 믿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엔 누구나 다 수긍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공부라는 것은 특히 초중고 학생들, 대학까지 포함해서 학생들을 기준으로 보면 학창시절의 학업성취도와 관계가 있는데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공부는 굉장히 강력한 생존 수단이자 계층 이동의 수단이었습니다. 해방 이후 혼란기를 거치고 6.25, 5.16 등을 거치면서 우리가 압축 경제 성장 과정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이 모든 사람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는 게 바로 우리 사회를 활기차게 했고, 그것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산업사회에서는 어린 시절 헐벗고 굶주렸지만, 참고 인내하며 공부하면 거의 대부분 학생들은 지방대학을 나와도 자기가 원하는 직장을 구할 수 있었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건사하고 부모님 봉양하고 노후도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절대 빈곤에서 해방되었지만, 최근에는 대학에 대해서 우리가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대학을 나오면 거의 취직이 됐지만 이제 대학을 나왔다고 무조건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졸자도 지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대학만큼 확실한 가정 파괴범이 있느냐.’ 농담 같지만 이 속에는 뼈가 들어 있죠.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온 가족이 골병들고, 졸업 후에는 대책이 없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죠. 대학 들어갈 때까지 힘들고, 졸업 후에는 취직 안 되는 현상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고 있죠.
또 요즘 아이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요. 예전처럼 절대 빈곤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대학도 보니까 아주 극소수 몇몇 취업 유망학과나 인기학과를 제외하고는 취직을 못하는 선배들이 많으니까, 이런 것을 보면서 ‘꼭 공부를 해야만 하는가’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질문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또 이런 질문을 해야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대학이 꼭 필요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가 이런 진지한 질문 다음의 대안의 문제겠죠. 소위 말하는 수능 잘 치는 공부, 국영수 잘하는 공부 말고 나는 다른 분야에서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실제로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국영수 위주의 교과 말고 자신이 바라는 어떤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것을 배우는 학생도 실제로 많이 있습니다.
배운다는 의미에서 볼 때는 수능을 잘 치기 위한 공부든 이것과 관계없는 다른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하는 공부든,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죽는 날까지 공부하고 배워야 내가 소망하고 꿈꾸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한 생각은 확실해야 합니다. 자녀들이 혹시 이런 문제로 질문을 할 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이렇게 잘라버리지 말고 앉아서 토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 공부 안 하겠다면 어떤 대안이 있느냐' 들어보고 의지가 확고하면 들어줄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때는 설득해서 그래도 공부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일 수도 있다는 걸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시훈 기자: 학창 시절에 가능하다면 최선을 다해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좀 설득력 있게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이자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인 앨런 크루거가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아주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는 1976년에 미국 30개 대학에 입학한 1만 4천 명 학생들이 20년 후인 1995년에 얼마의 연봉을 받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는 명문대 출신이 비명문대 출신보다 평균 연봉이 2만 달러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조사 대상자들을 입학 당시의 SAT 점수로 다시 분류해 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1976년 입학 당시 SAT 1,200점을 맞고 그 점수에 맞는 수준의 대학에 간 학생의 평균 연봉은 9만 3천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점수를 가지고 그보다 200점 정도 낮은 대학에 간 학생의 평균 연봉도 9만 3천 달러임이 밝혀졌습니다.

SAT 점수가 같은 한에 있어서는 진학한 대학에 관계없이 20년 후의 소득도 비슷하다는 결론입니다. 이 조사 결과는 고교 졸업 때의 기본 학력이 평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이 사실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과거 전, 후기만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때, 즉 1차, 2차, 즉 전후기로 학생을 모집을 할 때 성적은 우수하지만 전기 대학에 불합격하여 후기 지방대에 입학한 학생들 중 상당수는 사법, 행정고시를 비롯해 각종 고시에 합격했고, 대기업 입사 등에서도 수도권 명문대에 밀리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예비고사 세대든 학력고사 세대든 수도권 명문대학의 점수가 예를 들면 200점이라 한다면, 같은 200점대를 받고도 1차에 떨어져서 2차 지방대학에 간 학생이 많습니다. 비슷한 점수를 받고 지방대학에 다닌 학생도 결국은 수도권 명문대를 간 학생과 연봉이 별로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죠.
우리가 흔히 입시 위주 교육이 인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데 물론 그런 측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공부만큼 인격 수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도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한 번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면 평생 불이익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패자 부활전이 없는 한국적 상황이 개선이 돼야 합니다. 지금은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공부나 대학 진학에 회의를 나타낼 때, 앞서 말한 이야기를 해주면 좋습니다. 고교 졸업 당시의 기본 자질과 학력이 비슷한 학생은 출신 대학에 상관없이 나중에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같은 경제적 부, 지위에 이룰 수 있다는 이런 크루거의 보고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가 가장 중요하고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좀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겨울방학 학습 계획을 세운 학생들을 위해서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늘 우리가 이때쯤 하는 말입니다. ‘남보다 빨리, 많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제대로’ 정확하게‘가 중요합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교과서적인 기본을 되씹고 곱씹어 개념과 원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지경이 되도록 겨울방학 때 기본 개념과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
’기숙학원에 간다, 또는 다른 어디에 간다‘고 말합니다. 유행처럼 우르르 몰려서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학생은 어느 것이 내게 맞는가를 따져보고, 부모님도 내 아이의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겨울방학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진도를 빨리 많이 나가는 게 아니고, 기본 개념, 기초를 다지는 게 결국은 끝에 가서는 잘 하게 된다는 걸 명심하면서 겨울방학 계획을 세우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