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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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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시험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자세

문정용 2023-04-25 16:37:46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 대담: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진행: 방송부 정시훈 기자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벌써 4월 말입니다. 

빠른 학교는 이번 주, 대부분의 학교는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를 칩니다. 올해 치르는 첫 번째 시험이라 학생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시험을 잘 치기 위한 시험과 관련된 얘기 나눠보는 시간 갖도록 합니다.

 

오늘도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중간고사를 앞둔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며, 또 시험을 치면서 어떤 각오로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윤일현 대표: 말씀하신 대로 빠른 학교는 이번 주부터, 대부분은 다음 주부터 시험을 치는데요. 올해 첫 시험이기 때문에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께서도 많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시험을 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고 우리가 흔히 ‘통과의례’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한 과정에 불과합니다.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또 피할 수 없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도전하며 즐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어떤 과목은 어떻게 공부해라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시험에 임하는 태도, 시험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문제를 학생과 학부모님께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시험 자체를 즐거운 도전으로 생각하게 하는 자세, 마음이 중요합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도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학생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시험을 이번에 못 치면 망한다. 큰일 난다. 이게 아니고 그냥 우리가 컴퓨터게임이나 전자오락을 하듯이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툭 털고 또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 한 판 해보자 이런 자세가 굉장히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하되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그런 다음 돌이켜보며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능하면 편안하게 도전하고 즐기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험이 임박했으니까 우리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교과서적인 기본을 되씹고 곱씹어 개념과 원리를 가지고 놀며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잘 칠 수 있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대부분 학생들이 문제 풀이에 집착을 하는데 기본 개념이 정리돼 있지 않으면 문제를 아무리 풀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시험공부도 그냥 잠 줄이고 무턱대고 앉아 있기보다는 제대로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명심하고, 이해 위주로 지금부터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학생들 중에는 시험 치기 전에 못 칠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핑계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자 이런 심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사실 이 문제는 첫 번째 이야기한 시험에 임하는 자세와 함께 굉장히 중요한데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와 스티븐 버글러스가 처음으로 이론화한 ‘자기 열등화 전략’이라는 게 있습니다. self-handicapping strategy(자기 열등화 전략)이라는 것인데요.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을 일부러 낮게 잡아놓고 만약 실패하면 그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성공하면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성취한 것으로 평가받으려는 전략입니다. 항상 잠재적인 실패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이 실패를 합리화하거나 변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유명 홈런타자가 발목에 부상이 있다고 언론에 발표하고 계속 시합에 출전한다고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이 선수가 몇 게임 연속 무안타를 기록해도 일반 대중들은 선수의 부진을 비난하지 않고 부상을 안타까워합니다. 또 언론도 치료를 권유하는 논평과 함께 호의적이고 동정적인 보도를 하겠죠. 그러나 그 상태에서 만루 홈런을 친다면 ‘부상 투혼’이라는 활자가 그다음 날 스포츠 면을 큼직하게 장식하겠죠. 

잘 모르는 사람과 바둑을 둘 때 자기 급수를 낮추어 상대를 이기면 그냥 실력이 상당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또 진다면 예상된 결과이기 때문에 비웃음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자기 열등화 전략을 의식 무의식 중에 쓰고 있습니다. 시험 전날 잠을 못 자거나 시험만 다가오면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또 요즘 봄철 같으면 비염이 심하다거나 이런 핑계를 대는데요. 이 경우 대부분 어머니들은 시험 치러 가는 자녀에게 잘 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해 끝까지 앉아 있기만 하라고 이야기를 하죠. 이렇게 해서 잘 치면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칭찬받고 못 쳐도 잠을 못 자서, 아파서 실력 발휘를 못했기 때문에 괜찮다. 그만큼 한 것만으로 잘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죠.

우리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남과의 비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잠재적 실패에 대해 미리 다양한 변명거리를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특히 부모님께서 자녀를 잘 살펴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문제는 자기 열등화 전략을 자주 쓰면 자기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능력조차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고 매사에 변명만 늘어놓는 나약한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자기 열등화 전략에 동조하고 부지불식간에 여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의 노력과 성취 욕구의 결여보다는 몸이 약해서라거나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약을 잘 못 먹어서 등의 변명으로 자녀의 부진을 합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기 열등화 전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인 분위기가 결국 중시주의 풍조에서 벗어나는 게 바람직하고요. 또 개인은 과정을 중시하고 즐기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냥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잘 했든, 못 했든 평가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이런 게 일상화될 수 있도록 모두가 준비하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부모님께서 어떻게 뒷바라지를 하면 좋을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상당 부분은 그 출발이 가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1차적으로 가정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주면서, ‘잘 쳐야 한다. 이번에 놓치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보다는 그냥 즐겁게 최선을 다하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하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편안하게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주는 마음이 필요하고요. 어떤 순간에도 감싸주고 또 같이 손잡고 함께 간다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이가 편안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마음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정시훈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방송 수신 상태가 다소 좀 고르지 못한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