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인터뷰

서예가 청남 권영한 선생, 망백(望百)의 나이 ‘노익장’...“현재가 제일 중요하다” 상세보기

서예가 청남 권영한 선생, 망백(望百)의 나이 ‘노익장’...“현재가 제일 중요하다”

김종렬 2022-07-15 09:03:32

불교·수학·번역 등 50여권의 책 발간...안동민속박물관에서 ‘서화 전시회'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92세인 청남 권영한 선생은 우리나라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사람으로 간주한다며 태교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문화적인 특색이라고 말했다. BBS불교방송 김종렬기자

■ 출연 : 서예가 청남 권영한 선생

■ 방송 : BBS 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2022년 7월 15일, 대구 FM 94.5Mhz·안동 FM 97.7Mhz·포항 105.5Mhz)

■ 진행 : 김종렬 기자

 

▷ 앵커멘트 :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우리의 전통과 가치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경북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릭 있습니다.

특히 오랜 세월 전해져 온 동양문화의 전통과 삶의 철학을 표현한 예술인 서예활동이 활발한데요.

오늘은 올해 연세가 91세, 망백(望百)의 나이에도 우리의 정신문화를 일깨우는 사회봉사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서예가 청남 권영한 선생을 김종렬 기자가 만나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 김종렬 : 네, 파워인터뷰, 오늘은 참다운 스승의 길을 걸어가고 계시는 소중한 분을 찾아 왔습니다. 서예가 청남 권영한 선생님 이십니다. 이 자리에 나와 계시는데요.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권영한 선생님 : 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김종렬 : 선생님, 올해 연세가 아흔 하나신데요. 건강하시죠?

▶ 권영한 선생님 : 예, 그렇습니다. 먼저 내가 늘 내한테 나이를 묻는데 91살 하는 거는 어머니한테 뱃속에서 나온 이후가 91살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92살이라고 합니다.

그거는 개념의 차이인데 서양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이후부터 인간으로 치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 뱃속에 잉태할 때부터가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양 사람보다 늘 나이가 한 살 많도록 얘기를 합니다.

그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사람으로 간주하는 때문에 태교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문화적인 특색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나이로는 92살,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나이로는 91살입니다.

 

▷ 김종렬 : 특별히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 권영한 선생님 : 건강 관리는 늘 긍정적인 생활을 하고요. 그 다음에 색깔이 없는 물을 늘 마십니다.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합니다. 하루에 옛날에는 5천 보까지는 걸었는데 이제는 좀 힘이 달리서 3천 보는 억지로 걸으려 합니다.

또 한 가지 네 번째는 TV에서 좋다는 거 다 골라 먹으면 그건 오래 못 삽니다. 가려서 먹어야 되고요.

그 다음 다섯 번째는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됩니다.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과거에 대해서 너무 연연하지 말고, 또는 앞으로 내가 뭐가 되겠는데 하고 큰 기대도 하지 말고 지금이 좋으면 좋다고 만족하고 살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다섯 가지를 내 건강에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청남 권영한 선생은 긍정적인 생활, 색깔 없는 물을 마시는 것, 규칙적인 운동, 가려서 먹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5가지를 건강의 신조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BBS불교방송 김종렬기자

▷ 김종렬 : 선생님, 호(號)가 청남(靑南)이신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 권영한 선생님 : 이거는 우리 장인 어른이 지어줬습니다. 이 고사성어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푸른 색은 쪽에서 나왔으나 그 쪽 풀보다가도 더 푸르다 하는 뜻으로 제자가 공부를 해서 스승보다가도 더 많은 지식을 쌓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 하는 고사성어입니다.

거기에서 청하고 남자를 따서 음만 따가지고 청남(靑南)이라고 우리 장인 어른이 지어주셨는 때문에 평생 이 호를 빛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종렬 : 선생님께서는 연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시고 수학교사로 봉직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예와의 인연은 어떻게 되십니까?

▶ 권영한 선생님 : 안동 사람은 지금도 우리 집에도 그렇습니다마는 애들한테 붓글씨를 가르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도 손자가 지금 여섯 살짜리가 있는데 개한테도 틈틈이 붓글씨를 쓰입니다. 그래서 우리 할배한테 나도 어릴 때 그 운필(運筆)를 배웠고 또 우리 할배가 보내주는 서당에 가서 천자문부터 글을 읽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게 안동 사람의 문화입니다. 그러다가 그 후에 또 불교와 귀의(歸依)하게 되어서 사경(寫經)을 하겠다 하는 생각으로 취미로 붓글씨를 다시 하게 됐습니다.

 

▷ 김종렬 : 안동에서 열리는 ‘가훈쓰기’ 행사 꽤 유명한데요. 전국을 누비시며 가훈쓰기를 해주시기도 하시는데, 가훈 글을 써주실 때 특별한 어떤 절차와 단계가 갖고 해주시는 겁니까?

▶ 권영한 선생님 : 예, 처음에 이 (안동시립민속)박물관에 와 가지고 박물관에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안동의 특색을 나타내기 위해서 명언(名言)과 명구(名句)를 써줬습니다.

그래 하다가 조금 더 특색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 각자 자기 조상이 남겼는 말 중에서 유명한 말을 써주기 시작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경주 김씨 청년이 오면 그 청년에게 그대 시조 할아버지는 김알지 하는 분이고 또 경주김씨 중에 삼국사기를 썼는 김부식 하는 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김부식 선생이 남겨는 그 유명한 말이 바로 일이관지(一以貫之), 무슨 일이든지 일을 시작하거든 한결같이 뚫고 가라 그런 식으로 각자 자기 조상이 남긴 글을 이렇게 써주고 있습니다.

그래 하다가 보니까 이게 온갖 소문이 나가지고 이때까지 듣지도 못하는 자기 조상이 남긴 글을 이렇게 써주니까 너무너무 호응이 좋아가지고 온갖 이게 참 유명하게 됐습니다.

청남 권영한 선생은 번역서뿐만 아니라 불교, 수학,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여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그 중 '한국 사찰의 주련'을 가장 아끼는 책이라고 했다.

▷ 김종렬 : 교직을 그만두시고 제2의 인생길을 걸으시며 많은 사회활동을 하시고 계신데요. 사회봉사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무엇입니까?

▶ 권영한 선생님 : 박물관에 와서 지금 중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갑자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렇게 바뀌고 또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이 되다보니까 이 효도하는 마음이 자꾸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물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아주 짧으나마 이 효사상을 고취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랬을 때 부모들의 반응이 너무 기뻐하는 걸 보고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김종렬 : 선생님, 작품 활동도 엄청 많이 하셨어요. 불교, 수학, 건강 등 다양분야에서 50권의 저서를 발간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저서들 가운데 가장 아끼시는 저서는 있으습니까?

▶ 권영한 선생님 :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이 한국 사찰의 주련(柱聯)하는 책입니다.

절에 가면 절 기둥에 한문 글씨로 적혀 있는 많은 글씨가 있는데 그 글씨를 주련이라 합니다. 주련, 그거는 그 불교 사상의 핵심적인 글들이 거기에 많이 적혀져 있습니다.

절에 가는 사람이 요새 한문 세대가 아니라서 그걸 잘 읽지를 못합니다. 또 한문 아는 사람도 특수한 그림 때문에 잘 못 읽어가지고 그걸 모든 사람한테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 직접 절에 찾아가서 그 사진을 찍어가지고,

또 초서(草書)나 행서(行書)로 돼 있는 글씨체는 해서체(楷書體)로 옮겨가지고 그걸 해설하고 풀이했는 책이 한국 사찰의 주련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책이 한번 나오고 나서 유사한 책이 나오는데 이거는 지금까지 경쟁자가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어떤 스님들이 농담하기를 한국 사찰에 주련 없으면 중질 못한다 뭐 이런 얘기도 하고 합니다.

두 번째로 아끼는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 수학’입니다.

내가 수학 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그 수학의 문제 풀이가 아니고 수학적 사고방식을 애들한테 심어주기 위해서 썼는 책인데 이 책도 히트해서 한 30만 부가 옛날에 나갔던 책입니다.

청남 권영한 선생이 김유신 장군이 후세에 남긴 '행불무득(行不無得)'을 써주고 있다.
청남 권영한 선생은 재능기부인 '가훈쓰기' 행사는 안동의 특색을 나타내기 위해 처음 명언, 명구 써주기에서 조상이 남긴 글을 써주는 것을 하면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BBS불교방송 김종렬기자

▷ 김종렬 : 작품 가운데 조금 전에 말씀하신 ‘한국사찰의 주련’, 그리고 거기에 ‘선시 303수’, ‘법구경’이 눈에 띄는데요. 불교와의 인연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 권영한 선생님 : 안동 사람은 대충 전부 유교적인 생활을 합니다. 제사를 지내고 뭐 명절을 지내고 하는 것이 유교 형식적으로 하는 때문에 유교 생활은 몸에 체득이 돼 있습니다.

그 다음 내가 다니는 학교가 연세대학교고 또 봉직했는 학교가 경한재단에, 개신교 학교입니다. 그래서 이때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유교와 또 기독교의 생각은 조금 머리에 이해가 되었는데 도대체 불교는 어떤 사상이 그 안에 들어있는가 하는 그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 불교 공부를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가지고 불교에는 팔만대장경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책을 읽는다면 평생을 평생을 읽어도 그 책을 다 못 읽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 팔만대장경을 읽는 대신에 그 핵심적인 요점이 적혀 있는 글이 없을까 그게 생각하니까 아마 주련(柱聯)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주련 공부를 하다가 보니까 많은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 김종렬 : 선생님 이 주련은 상당한 의미가 함축돼 있고, 스토리가 되는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청남 권영한 선생은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안동민속박물관에서 서화 전시회를 갖고 그동안 틈틈이 준비한 글씨와 그림, 서각 작품 등 50여 점이 전시한다.
청남 권영한 선생이  발간한 책 중 아끼는 '한국 사찰의 주련 1, 2, 3권'과 재미있는 이야기 수학’

▶ 권영한 선생님 : 그렇습니다. 가령 해인사를 찾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해인사 일주문에 가면 달랑 두 줄의 한문 글씨 주련 적혀져 있습니다.

역천급이불고(歷千劫而不古)요. 긍만세이장금(亘萬歲而長今)이라 아마 한문으로 돼 있어서 모르고 많은 사람이 그냥 지나갈 겁니다.

거기에 불교의 시간관이 그 속에 숨어 있습니다.

천겁을 즉 천년 만년 억겁을 거슬러 올라가도 그거는 옛날이 아니고 바로 지금이고 또 천세 만세를 앞으로 뻗어가도 그거는 미래가 아니고 지금이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는 미래도 없고 과거도 없고 현재가 제일 중요하다.

이 현재에 너의 희망을 두고 너의 기쁨을 두고 또 너의 모든 그 영향을 현 현재에서 즐겨라. 그런 심오한 글이 해인사에 적혀져 있는데 그냥 지나가고 맙니다.

그래서 이게 참 안타까워서 이런 거를 주련 책으로도 또 이렇게 소개했고 또는 강의도 내가 많이 했습니다.

물질문화는 그 뭐 컴퓨터를 만든다든지 인공위성을 띄우는 거는 서양 사람한테... 저도 정신 문화는 우리가 서양 사람 보다 더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은 서양 사람들이 보다 우리만 가지고 있는 콘텐츠인데 이걸 잘 개발해서 우리의 사상적인 그 생각을 굳건하게 할 것 같으면 더 우리가 성숙한 국민으로서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종렬 : 조금 전에 해인사의 주련 말씀도 주셨는데, 전국 여러 사찰의 주련들 그 중에서 어떤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 권영한 선생님 : 기억에 나는 것은 주왕산 대전사라 하는 절이 있습니다.

거기에 가면 여득인신(如得人身)하고 불수도(不修道)하면 여입보산공수래(如入寶山空手來)라 우환고통욕하위(憂患苦痛欲何爲) 여금자작환자수(如今自作還自受)라 제법부동본래적(諸法不動本來寂)이라인데,

해석을 하면요. 그대가 사람의 몸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나서 공부하지 않고 도를 닦지 아니할 것 같으면 보배가 가득한 산 속에 들어갔다가 보배 하나 못 가지고 빈손으로 오는 거 하고 똑같다. 그래서 공부는 안 하고 왜 고통스럽고 근심스럽고 걱정스럽고 그것만 네가 찾아서 하려고 하느냐 착한 일을 많이 해라 그대가 하는 것만큼 그대는 반드시 돌려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우주의 법이라 하는 거는 항상 고요해서 절대로 움직임이 없다. 그러니 공부하고 열심히 수도해라 그게 주왕산 대전사에 있는데 그 글이 늘 마음에 그저 다가옵니다.

청남 권영한 선생은 해인사 일주문의 주련과 청송 주왕산 대전사의 주련을 예를 들며 현재,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착일 일과 공부를 계속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BBS불교방송 김종렬기자

▷ 김종렬 : 선생님, 이번에 또 전시회(7월15일부터 21일, 안동민속박물관)를 개최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취지와 의미, 청취자들에게 소개 좀 해주시고요?

▶ 권영한 회장 : 여러 가지 뜻이 있겠습니다마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저는 10년 주기로 전시회를 열라해서 80살 때 전시회를 한 번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90살 때 열라하니까 코로나 때문에 밀려서 지금 여는데 그 여는 취지 중에 하나는 모두 요새 노인들이 하나는 노인이라고 전부 뒷전에 물러서가지고 자포자기하고 있는데 노인도 하면 된다 하는 걸 일단 노인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고...

또 하나는 우리 집에 지금 제일 어린 손녀가 유치원 다니는 여섯 살짜리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애들도 있고 애들 학교도 우리 할배가 이런 일도 하시는 분이다 하는 걸 머리에 심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고...

또 지금까지 나를 아껴준 많은 사람도 있고 나를 길러주신 스님들도 계십니다. 이 전시회를 통해서 작품 하나라도 보시하려고 무상으로 드리려고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김종렬 :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고 꼭 소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 권영한 회장 : 주로 이번에는 불교와 관계 있는 거 또 달마대사라든지 불교와 관계 있는 그림, 그런 쪽으로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 김종렬 : 오늘 선생님을 만나 뵙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늘 건강하시고 우리 사회 스승으로 오래오래 함께 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선생님 바쁘신데 오늘 인터뷰 대단히 감사합니다.

▶ 권영한 선생님 : 감사합니다.

 

▷ 김종렬 : 네, 파워인터뷰, 지금까지 서예 명인 청남 권영한 선생님을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