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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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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의 압박으로부터 슬기롭게 극복하기

문정용 2022-07-05 15:19:00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 츨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진행: 대구 BBS 정시훈 기자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2년 7월 5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아이가 시험을 치는 기간이면 유난히 힘이 든다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시험 기간만 되면 두통이나 복통을 앓기도 하고 또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아이를 지켜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오늘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또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윤일현 교육문화 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오늘도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시험이 다가오거나 시험 기간이면 아프다고 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요.

 

▷윤일현 대표: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스포츠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례를 하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유명한 홈런 타자가 팔목 부상을 언론에 발표하고 계속 시합에 출전한다고 한번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5게임 연속 무안타를 기록해도 일반 대중들은 선수의 부진을 비난하지 않고 부상을 안타까워합니다. 언론도 치료를 권유하는 논평과 함께 호의적이고 동정적인 보도를 합니다. 그 상태에서 출전을 했는데 만루 홈런을 친다면 부상투혼이라는 말과 함께 그다음 날 스포츠 면을 큼직하게 장식하게 됩니다. 잘 모르는 사람과 바둑을 둘 때 급수를 낮추어 상대를 이기면 허풍을 떨지 않고 실력이 탄탄한 사람으로 간주됩니다. 진다고 해도 예상된 결과이기 때문에 비웃음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생활에도 이런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와 스티븐 더글러스가 처음으로 이론화한 자기열등화전략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셀프 핸디캐핑 스트레터지(self-handicapping strategy) 라는 용어입니다. 자신의 업무 능력을 일부러 낮게 잡아놓고 만약 실패한다면 그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성공하면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승리한 것으로 평가받으려는 전략입니다. 항상 잠재적인 실패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이 실패를 합리화하거나 연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자기열등화전략을 의식하지 못하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 전날 잠을 못 잤다거나, 시험만 다가오면 머리가 아프다거나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시험치러 가는 자녀에게 잘 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해 끝까지 앉아 있기만 하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시험을 잘 치면 대단한 의지와 정신력의 소유자로 칭찬받습니다. 못 쳐도 잠을 못 자서, 아파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난과 질책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지금 시험 기간만 되면 아프다고 생각하는 자녀는 부모님께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시훈 기자: 네 학생들 스스로 의식을 하지 못하고 말씀하신 자기열등화전략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씀인데요. 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윤일현 대표: 먼저 학생도 이런 전략을 자주 서면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조차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됩니다. 결국은 변명만 늘어놓는 나약한 사람이 된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부모님께서도 불식불식간에 자녀들의 이런 전략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의 노력과 성취 욕구의 고려보다는 몸이 약해서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감기약을 잘 못 먹어서, 잠을 못 자서 같은 변명으로 자녀의 부진과 나태를 옹호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자기열등화전략 습관과 유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문제인데요. 사회적으로는 결과 중시주의 풍조가 사라져야 합니다. 개인은 과정을 중시하고 즐기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낙관적인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훈련을 생활 속에서 해야 합니다. 일이든 공부든 일단 한 매듭이 지어지면 나쁜 기억은 툭 털어버리고 다시 출발하는 적극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와 삶의 자세를 가지면 자기열등화전략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시훈 기자: 네 시험 압박과 또 경쟁을 좀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고교생 5명 중 1명꼴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하는 교원단체 조사 보고서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살벌할 정도로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참 고민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에게 경쟁은 학습과 업무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삶을 생기 있게 만들며 생활을 재미있고 활기차게 해 줄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가르쳐야 합니다. 질투는 경쟁의 부상물이지만 때로 질투심은 사람을 발전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고 경쟁의 이점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사생결단입니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시험 못 치면, 밥도 먹지 마라는 식으로 경쟁에서 질 때는 수치스럽게 생각하라고 가르칩니다. 교육이 경화되어 유연성을 상실하게 될 때 기존의 선망 받는 직업에 모든 인재들이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의사 법률가 교사 공무원 같은 직종에 수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이 달려들고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은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을 용납해 주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서 결과 중시주의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중시주의는 필연적으로 한탕주의와 기회주의자를 양산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진정한 배움의 기쁨이나 평생 가슴에 남게 될 진한 감동 따위에는 들어설 여지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좀 달라져야 됩니다. 정해진 몇 자리를 위해 치열한 소모적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자리를 창조하려는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사회는 젊어지고 탄력성이 유지됩니다.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시샘하고 다른 사람의 자리를 탐하기보다는 자신이 앉은 자리, 그 자리의 햇볕을 즐길 수 있는 디오게네스적 인간형이 존경받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자리를 창조하고 또 그 공간을 의미 있게 확장할 줄 아는 열정적인 삶의 살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경쟁과 긴장을 즐길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또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시훈 기자: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