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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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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예체능 교육의 문제

정민지 2022-06-28 16:07:03

▪︎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2년 6월 28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K-팝 뿐 아니라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같은 클래식 전 분야에 걸쳐 세계적인 대회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한류는 전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인문학과 예체능 교육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문학과 예체능 교육에 관한 말씀 나눠보는 시간 갖도록 합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오늘도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최근 한류 열풍 어떻게 설명하면 되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방금 말씀하신 대로 최근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 피아니스트, 10대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쇼팽 콩쿠르, 기타 여러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이 상을 휩쓸고 있는 상황입니다. 클래식에서도 K-클래식 신드롬이라고도 이야기할 정도로 아주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이 한류가 두각을 나타내는 데에는 콘텐츠나 예능에 돋보일 수 있는 어떤 기반이 있을 텐데. 분명히 우리의 피 속에는 신명, 열정, 섬세한 감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혹자는 한류의 근원에는 한국인의 무속적 상상력이 있다.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가 K-팝을 비롯해서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인 기반과 탄탄한 예체능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점에 약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큰 순풍을 타고 있는 한류가 앞으로 잘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인문학 교육이나 예체능 교육을 한번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술적인 측면과 실질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가 한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시훈 기자: 말씀해 주셨듯 한류 열풍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생산을 위한 교육과 또 사회적인 분위기가 중요할 텐데요.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인문학과 예체능 교육이 위기라고 말을 하고 있거든요. 원인과 이를 좀 해소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윤일현 대표: 사실 인문학의 위기와 예체능 과목 경시는 서로 닮은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 주요 과목만을 비중 있게 반영합니다. 예체능 과목은 대학 입시에서 배제돼 있죠. 예체능 과목이 배제되니 예체능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과거와는 엄청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중간 기말 시험이 다가오면 예체능 과목을 꼭 공부해서 잘 쳐야 되느냐 이런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포기해도 상관은 없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학생까지도 있습니다. 대학으로 가는 과정에서 그 비중이 낮거나 미미하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이런 발상과 태도는 또 인문학 위기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인문학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근대로 들어선 이후, 실용성을 최대의 가치로 삼으면서 인문학은 본격적으로 위기를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학문이 지나치게 순수 이론이나 관념에 치우칠 때 당장의 생산성을 중시하는 과학기술 시대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기가 어렵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인 환경에서는 학문이나 지식은 주어진 과제를 처리해 나가는 일종의 기술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면 뒤쪽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면 주어진 문제나 목표가 과연 옳은가 하는 가치 판단의 문제를 소홀하게 취급하거나 혹은 간과하기가 쉽습니다. 

문제는 학문의 지나친 실용화와 기능화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측면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그 재앙적 결과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문학, 예체능 교육이 경시될 때 그 재앙적 결과는 나중에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가 꼭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시훈 기자: 그렇다면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지식기반 사회에서 사활의 관건이 됩니다. 예술적 감각이 결여된 인간에게서 창의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학창 시절 인문적 교양을 쌓고 예체능 교육을 통해 풍부한 감성과 건강하고 건전한 몸과 마음을 만든 사람만이 나중에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교육 현장에는 가슴 뭉클한 감동이나 창의력 배양 따위는 찾기가 좀 어렵고요. 암기와 모방과 내신과 수능 등급만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우리 학생들은 객관식 문제의 답을 골라내는 기능공적인 실력은 초일류 수준이지만 대학문을 나설 때의 전문가적 자질은 많은 문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실 학생들에게 예체능 과목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거나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시험에 관계없이 예체능 시간에는 그 과목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또 시험을 칠 때는 시험 기간만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 또한 학생들이 마음껏 몰두하고 즐길 수 있는 수업 모델과 평가 방법을 개발해야 됩니다. 젊은 날 예체능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감상 능력을 길러 놓지 않으면 훗날 성인이 되어 꿈꾸는 바를 성취해도 삶은 공허하고 허망할 것이라는 걸 우리가 미리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저는 이런 걸 한번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지금 유소년 시절 특히 유년기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우리에게는 다락방 같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부모 몰래 다락방에 올라가 금지된 만화책 같은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어른들은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 낮고 좁고 다소 답답하지만 이 다락방에 가면 그 무엇보다도 세상의 모든 시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또 대낮에도 적당한 어둠이 감싸주고 있어서 그곳은 좁지만 아늑하고 편안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큰 방이나 대청에서는 불가능한 온갖 기발한 생각들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용솟음 쳤던 그런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간, 이를테면 계단 중간에 조금 넓게 만들어 놓은 계단참, 잡다한 물건을 넣어주는 광, 골방, 지하실 같은 이 공간들은 발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유년의 아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놀고 또 숨기도 하고 공상하고 상상하고 꿈을 꾸는 장소가 됩니다. 그런 공간이 바로 생산과 창조의 공간입니다. 이와 똑같은 구조물은 없더라도 자기만의 어떤 공간, 이런 것을 가지게 해줄 때 입체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또 고전적인 상상력을 배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것과 더불어서 사회 전반이 책 읽는 분위기 그리고 음악 미술 체육을  즐기면서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의 형성이 생활화될 때 우리 한류는 더 탄탄한 기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 입시 교육에 매몰되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우리가 의사가 되고 판검사가 되는 것은 하나의 생존 수단이지만 음악, 미술, 체육은 삶을 향유하는 가장 소중한 내용입니다. 인생에서 이런 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에 자질을 배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특히 부모님들께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